부산 도매, 저마진 화이트팜과 계약 포기 검토…팜로드도 복지부 행정조사 전망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화이트팜, 팜로드 등 병원직영도매들이 제약사·도매와 단가계약 과정에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백병원 직영도매인 화이트팜은 도도매를 희망했던 부산 도매들에게 저마진을 제시했다. 이에 도매업체들은 포기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직영도매로 추정되는 팜로드도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13일 제약업계와 도매업계 등에 따르면 병원직영도매로 확인됐거나 추정되는 도매업체들이 단가계약을 맺으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나서 해당 업체를 대상으로 행정조사를 추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백병원 직영도매인 화이트팜은 현재 제약사들과 단가계약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관행대로 제약사와 화이트팜 사이에서 도도매(도매업체간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들과 화이트팜의 마진 전쟁이 이슈화되고 있다. 통상 제약사들이 도매업체에 의약품을 납품하면 이 업체들이 다시 병원직영도매에 공급하고, 직영도매는 병원에 납품하는 구도가 약업계예서는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지역의 경우 신성약품과 부림약품, 남양약품, 대신약품 등이 그동안 제약사와 구 성산약품 사이에서 도도매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대신약품은 현 황치엽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도매업체다. 이들 서울지역 도매업체들은 기존 납품 물량 유지를 화이트팜에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복산약품과 삼원약품, 세화약품, 동남약품, 동일약품, 아남약품 등 부산지역 백병원에 납품했던 도매업체들은 화이트팜이 제시한 마진에 반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트팜이 요구하는 마진을 수용할 경우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울산경남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손해만 나는 백병원 납품을 수용할 수 없어 조만간 6개 도매업체가 백병원 납품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화이트팜이 밝힌 부산지역 두 곳 백병원(해운대백병원, 부산백병원) 납품 물량은 연간 800억원 규모다. 만약 협회가 밝힌 대로 백병원 도도매를 포기한다면 800억원 규모 물량을 화이트팜이 직접 납품할 가능성도 있다.      

 

화이트팜은 과거 성산약품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의 마진을 확보하는 선에서 현재 단가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팜 조찬휘 사장은 “서울지역 도매들이 제약사들을 설득해 마진을 알아서 확보할 테니, 부산지역 납품권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화이트팜은 다음주 말께 국내 제약사들과 단가계약이 대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에는 도매들과 도도매 계약을 진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희의료원 직영도매로 추정되는 팜로드의 경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행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팜로드를 통해 경희의료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을 상대로 공문을 발송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이번 행정조사는 경희의료원 의약품 공급과 관련, 경희학원측이 기존 공급업체인 지오영 납품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화이트팜은 백병원이 49% 지분을 갖고 있는 점을 인정하는 등 병원직영도매라는 사실을 일부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번 단가계약에 병원 측이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희의료원은 팜로드가 의료원 직영도매라는 점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팜로드는 지분 49%를 경희학원과 관련 있는 업체가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행정조사도 경희학원 행정부서가 과거와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팜로드에 제품을 공급해달라는 협조를 제약사들에게 요청한 것이 발단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확하게는 경희의료원 직영도매라기보다는 경희학원 직영도매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복지부는 자체 행정조사와 별도로 구로구보건소에 공문을 보내 팜로드 지분소유자 등 약사법 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복지부는 오는 22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이에 구로구보건소는 오늘(13일) 오전 팜로드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보건소는 팜로드 측에 서류 제출 등을 요구했다. 조사 핵심은 지분 관계다.   

 

종합하면 화이트팜은 과거 성산약품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마진을 제약사들에게 요구해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과 단가계약을 했다. 부산 지역 도매들은 도도매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 자리를 서울지역 도매들이 차지할지, 또는 화이트팜이 단독으로 납품할 지는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팜로드는 경희학원 행정부서가 기존 지오영이 납품하던 가격대를 제약사들에 요청한 상태다. 복지부 차원의 행정조사와 구로구보건소의 지분조사로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병원직영도매에 대한 논란이 결국 논란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법률 조항인데, 규정상 병원직영도매 기준인 병원 지분의 50%에 미달하는 49% 지분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어렵지만 직영도매들은 다시 그 규정에 맞춰 지분을 변동시키는 수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행정부서까지 나서 제약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면서도 “권력은 병원이 쥐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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