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햄버거병’이라는 용어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큰 이슈가 됐다. 4세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설사와 복통 증세를 보인 뒤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것. 생소한 용어 ‘햄버거병’은 과연 무엇인가.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베스트베이비 추경미

 

햄버거병? 용혈성 요독 증후군

 

햄버거병이 이슈가 된 이후 익히지 않은 햄버거 패티가 원인일 수 있다는 보도에 햄버거를 먹어도 되는지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한입 크게 베어 물었을 햄버거를 일부러 커팅해 패티의 익힌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먹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줄을 이었다.

 

햄버거병의 정식 명칭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망가져 제대로 불순물을 거르지 못해 체내에 독이 쌓이는 증상이다. 이 병이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것은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수십 명의 아이들이 집단으로 탈이 났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햄버거 속의 덜 익힌 패티가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해당 패티에서 식중독균의 일종인 병원성 대장균 O-157이 검출되었다. 이로 인해 피해 아동 중 일부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신장이 망가지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이 증후군이 햄버거 패티 안의 식중독균과 연관된 첫 사례라 이후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게 됐다.

 

흔히 대장균은 식품의 위생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된다. 즉, 특정 음식에 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그 식품이 오염되었음을 뜻한다. 하지만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대장균 수가 많거나 대장균에 독성이 있을 때 문제가 된다. 특히 혈변이 나올 정도의 증상이라면 장출혈성 대장균에 해당된다. 이따금 뉴스에서 접했던 대장균 O-157(대장균 O157:H7)도 장출혈성 대장균이다.

 

왜 걸리나?

HUS(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원인은 대장균에 감염된 소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거나 해당 소고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섭취할 때, 그리고 오염된 채소 등을 먹었을 때 그 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균에서 독성 물질이 분비되어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데, 설사, 혈변 등 주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 구토, 설사(혈변) 등 위장관염이 주로 먼저 나타나며, 3~10일 후 급격한 용혈에 의해 얼굴이 창백해진다. 몸이 붓거나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며 경련,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장의 기능이 크게 망가질 수 있으며 사망률은 2~7%에 이른다.

 

대장균이 분비한 독소가 장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면 신장에 전달되어 급성으로 신장기능이 손상되는데, 투석과 수혈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뿐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균에 노출되면 용혈성 요독 증후군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햄버거 먹여도 될까?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은 탓에 ‘햄버거 포비아’가 양산되었지만 햄버거를 먹어서 걸리는 병이 아니라, 햄버거 안의 오염된 패티가 덜 익었을 경우 균이 사멸하지 못해 발병하는 것, 즉 햄버거 자체가 아니라 익지 않은 패티가 원인이다. 정리하면 익지 않은 고기나 오염된 음식 등 위생 관리가 소홀한 음식을 먹는다면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덜 익은 소고기 분쇄육뿐 아니라 칠면조, 샌드위치 등에서도 감염된 사례가 있으며, 정화하지 않은 물을 마신 경우, 혹은 오염된 호수에서 수영을 한 경우에도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려면 평소에 철저한 위생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고기를 구매하면 재빨리 냉장 및 냉동 보관하고, 특히 음식을 조리하기 전이나 생고기를 다룬 다음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도마와 칼 등도 사용 후 세척 및 살균하고 육류용, 채소용을 구분해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이 균은 60℃에서 45분, 65℃에서 10분, 75℃에서 30초간 가열하면 완전히 사멸되므로 음식을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다.​

 

plus tip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예방법 

□ 덜 익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육즙이 핑크색이라면 먹지 않아야 한다. 세균을 전파하지 않도록 손을 깨끗이 씻는다.

​ 48시간 내에 사용할 게 아니라면 구입한 고기는 반드시 냉동 보관한다. 

​ 육즙이 다른 음식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고기는 냉장고 가장 하단에 보관한다.

​ 날고기와 조리한 고기를 같은 도마나 접시에 올리지 않는다.

​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아기 기저귀를 처리한 뒤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다. 온수를 이용하면 좀더 효과적.

​ 사람 간 전파를 피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인다.

​ 설사, 혈변, 구토, 경련성 복통,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다.

​ 고기는 갈색이 되도록 완전히 익혀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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