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장 선출에 2대주주 롯데 관여…금융권 "김지완 후보의 조직혁신 부담된 것"

부산시 연제구의 한 BNK부산은행을 찾은 고객이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BNK금융지주가 지난해 성세환 전 회장이 그룹을 총괄할 때 당기순이익 등 경영지표가 악화됐음에도 주주 배당금은 대폭 올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엘시티 의혹까지 겹치면서 경영 악화가 우려됐지만 친주주 성향을 고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BNK금융지주는 성세환 전 회장이 지난 4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뒤 현재 공석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립을 지켜 온 2대 주주 롯데그룹(11.33%)이 최근 박재경 회장 대행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주주들이​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당선돼 조직 혁신을 감행할 것을 우려해 김 전 부회장의 회장 선임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시각이 많다. 


21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BNK금융지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NK금융은 주주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 이익 증대를 통해 친주주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BNK금융 현금배당금 총액은 749억원이다. 전년(383억원)보다 95.3% 대폭 증가했다. 현금배당성향도 7.91%에서 14.94%로 2배가량 올렸다.

배당금을 올려준 BNK금융 경영 실적은 반대로 악화되고 있었다. 지난해 BNK금융 당기순이익은 5181억원이다. 전년(5304억원)보다 2.3% 감소했다. 이자수익도 같은 기간 3조2565억원을 기록, 1.9% 줄었다. 수수료수익도 줄었다. 지난해 30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9.6% 급감했다. 일반관리비는 오히려 1.7% 늘어나며 비용절감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BNK금융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 1조12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영업활동으로 7464억원 현금이 들어온 것과 비교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해 은행으로 유입된 현금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항목이다. 단순 손익 실적은 이익이 실제로 발생된 시점과 회계 기준일의 차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순수한 돈의 움직임을 보기 힘들다. 반면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은행에 들어온 돈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은행이 영업활동을 발생한 쥔 돈을 가늠하게 한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수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결국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BNK는 주주 배당금을 올려주며 친 주주 성향을 고수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영업 실적이 악화하면 배당을 줄이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BNK금융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2.14%)이다.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 롯데제과(11.33%), 파크랜드(6.30%), 해리스어소시에이츠(5.03%), 우리사주조합(4.64%) 등이 주요 주주다. 이에 BNK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결집력이 강한 롯데, 파크랜드 등 주요 주주들의 표심이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금융권에선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인선 지연 이유에 롯데그룹 측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BNK금융 회장 선출은 오늘로 연기된 상황이다. 임추위가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박재경 BNK금융 회장 직무대행 두 사람을 두고 팽팽하게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롯데측 BNK금융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 내부인사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박재경 회장대행에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임추위원 사이에 박 대행과 김 전 부회장을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이라며 "차기 회장이 누가 되든 조직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 경영 지표를 개선할 수밖에 없다. 후보 중 김 전 부회장이 외부 인사지만 조직 쇄신 차원에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BNK금융은 오늘 신임 회장을 선임한 뒤 이를 다음달 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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