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법 위반에 인권침해 요소 다분…“해외 딜러망 붕괴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 해명

현대모비스가 해외 딜러망 보호를 빌미로 국내 중간 유통업체 사찰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의 계약 위반 증거 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채증활동이라는 주장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제3자 해외판매 금지 조항을 근거로 대리점과 거래하는 제3자의 개인정보까지 무단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총 12곳의 국내 부품 대리점을 제3자 해외판매 금지 계약 위반을 근거로 해지했다. 제3자 해외판매 금지 조항은 A/S용 부품 국내 유통선에서 직접 해외로 A/S용 부품을 반출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대리점의 직접 수출은 해외 딜러망 붕괴를 불러오기 때문에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모비스 측 해명이다.

 

현대모비스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지적에도 국내 부품 대리점 사찰을 지속하고 있다. / 그래픽 = 김태길 디자이너


문제는 현대모비스가 해외 딜러망 보호를 이유로 부품 대리점 사찰을 감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서 A/S용 부품 수요 운행 대수가 매년 10% 넘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 금액은 늘지 않자, 최근 들어 국내 부품 대리점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제3자 수출로 계약해지 당한 국내 부품 대리점은 2015년보다 2배 늘어난 8곳에 달했다.

지난해 말 제3자를 통해 부품을 수출했다는 이유로 대리점 계약 해지를 당한 정아무개씨(52)는 “현대모비스가 갑자기 우리 대리점에서 판 물건이 해외로 나간 정황이 파악됐다고 해명하라는 연락을 해왔다”며 “현대모비스가 현장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내부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한 데 대해, 그런 적 없다고 하자 한 달여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현대모비스에 증거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장 채증 사진을 확인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선 현대모비스가 행하는 사진 촬영 등 채증은 개인정보 보호법 2조에 명시된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한 불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59조에 따르면 정당한 권한 없는 촬영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모비스는 채증행위의 합법 근거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찾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제15조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서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리점 계약서에 명시된 제3자 수출금지 조항에 따른 합법적 채증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춘일 법률사무소 유림 대표변호사는 “계약서대로라면 채증 활동은 대리점주 정도에 제한돼야 함에도 현대모비스는 사업소 담당자들을 보내 대리점과 거래하는 상대방까지 촬영하고 있다”면서 “불법채증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에 이미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규정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주가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근거 만으로 채증 행위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기본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면서 “계약 이행을 위한 증거수집이라고 해도 과도하다. 지나치게 과도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초상권까지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요소는 분명하지만, 국가인권법상 조사대상이 아닌 탓에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부품 대리점이라는 사인과 사인 간 관계를 국가인권법으로 다룰 수 없다”면서도 “근로 감시목적의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사용도 금하고 있는 만큼, 임의 채증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채증 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는 태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장 촬영 등 증거수집이 없으면 계약해지를 할 수가 없어 부품 상·하차 등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각국 안전규정에 따라 부품에 일부 차이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리점의 수익 만을 위해 수출하는 것을 막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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