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계 “자문업계 생태계 망치는 불공정 행태"…지배구조원 "서비스접근 용이해져 시장 더 확대시킬 것"

의결권 자문 시장에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의결권 자문 서비스의 공공재화’를 검토하면서 민간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민간 업계는 불공정한 경쟁이 더 악화돼 시장 고사뿐만 아니라 다양성 축소로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주주권 행사 모범 규준) 자체가 변질 될 수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은 이런 주장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히려 의결권 자문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28일 의결권자문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내년 주주총회 시즌부터 의결권 찬반 여부와 간단한 사유를 기관 투자자들에 무료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들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높이고 기업지배구조원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간 업계는 기업지배구조원의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제 비로서 빛을 보기 시작한 의결권 자문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각종 유관 기관들로부터 운영비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기업지배구조원은 의결권 자문료를 받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지만 민간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어 생태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상장사 협의회 등이 낸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사회적책임에 대한 조사연구평가를 목적으로 세워진 단체로 의결권 자문 사업과 함께 기업의 환경·사회에 대한 책임성에 대한 역할 등을 판단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사업을 하고있다.

특히 업계는 기업지배구조원이 찬반 여부만 공개하더라도 타격이 크다고 진단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관들이 관심있는 건 의결권 자문사의 찬반 여부다. 더 알고 싶은 정보를 얻기 위해 후속 구매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자문사 문을 두드리진 않을 것이다”며 “결국 찬반 여부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이 아닌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기업지배구조원과 민간 업체는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 기관들이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려면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에 참여했던 기업지배구조원과 접촉해야 한다. 자문사업은 고객접점이 중요한 비즈니스인데 기업지배구조원은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이를 십분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 간단한 정보를 무료로 푸는 것은 불공정성을 더 심화시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자문 서비스 공공재화는 스튜어드십코드 자체를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 서비스가 공공재화되면 민간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결국 공적 기관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데 이 경우 의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다양성이 없어지게 된다”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왜곡될 수 있고 나아가 관치 금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지배구조원은 민간 업계의 오해가 크다고 반박한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 서비스 전체를 무료로 푸는 것이 아니다. 찬반과 이에 대한 간단한 사유를 공개하는 수준이다. 이는 다른 의결권 자문사가 공개하는 수준과 비슷하다”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의 의결권 자문 서비스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공익적 측면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더구나 이런 방침도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지배구조원은 의결권 자문 시장이 더 확대되고 관련 자문사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의결권 자문 시장이 발전돼 지금보다는 제 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독립성이나 불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외부에 송출할 때 최종 승인권한은 실무진에 있고 고위급에는 사후 보고 체계를 갖추고 있어 외부 입김은 실질적으로 막혀 있다. 독립적이지 않다면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할 때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해서는, 기업지배구조원이 제정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이에 대한 기관투자자 관심이 늘어 시장에 전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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