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SSM과 가격비교 결과 발표…전국 25곳 전통시장 평균가격, 대표성 부족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우리(전통시장)에 대한 왜곡된 가격정보를 줄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부추긴다.”

서울 망원시장 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A상인은 전통시장이 음료·주류 품목에서 백화점,대형마트,대형슈퍼마켓(SSM)보다 비싸다는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A상인이 말한 보도는 지난 18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휴가철 캠핑용 식재료 전통시장, 대형마트, SSM 순으로 저렴’이라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언론사들의 기사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약 30여개 매체에서 이를 보도했다.

A상인은 “주류같은 경우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형마트가 우리(전통시장)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개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단가 자체가 다르다. 술, 음료, 생수 등까지 우리가 비싸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실제 그럴까. 시사저널e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망원시장 내 ㄱ슈퍼마켓을 방문해 소비자원이 발표한 가격을 비교해 봤다. 우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생수의 경우 소비자원은 전국 25곳 전통시장의 평균 판매가격을 안내하면서, 롯데칠성 아이시스(2L) 829원, 농심 백산수(2L) 961원, 삼다수(2L) 1044원으로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ㄱ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아이시스(2L)는 700원, 백산사(2L)는 800원, 삼다수 1000원이었다. 이곳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3사의 생수모두 소비자원이 발표한 평균가보다 낮았다.
 

서울 망원시장 내 ㄱ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생필품./사진=시사저널e
라면 역시 소비자원이 발표한 평균가보다 대체적으로 낮았다. 소비자원은 농심 신라면(120g 5개입)은 3578원,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120g 5개입)은 2817원으로 발표했다. ㄱ슈퍼마켓의 경우 신라면(5개입)은 3400원, 진라면(5개입)은 2300원이었다. 소비자원 평균가와 최대 500원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품목인 캔커피의 경우 심한 가격차이를 나타냈다. 소비자원은 동서 맥심 티오피 마스터라떼(275ml) 1499원, 롯데칠성 칸타타 원두커피 프리미엄 라떼(275ml) 1518원이었지만 ㄱ슈퍼마켓은 각각 1150원, 1100원이었다.

 

이처럼 전통시장과 소비자원의 소매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소비자원이 전국 25곳의 전통시장에 한정해 조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은 생필품 가격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40명의 조사원들을 고용, 이들이 매주 수요일 매장에 직접 방문하면서 일일이 가격을 확인하도록 하는데 인력의 한계 때문에 한정된 곳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이 때문에 일부 전통시장과 가격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균가격을 마치 모든 전통시장의 정상가로 오해의 소지를 준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소비자원의 발표한 자료의 경우 최저·최고가격 따로 구분하지 않고 평균가격으로 발표해 모든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생수 등이 마치 백화점,SSM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처럼 이해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조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상인은 “요즘은 전통시장도 자체적인 할인을 많이 한다”며 소비자원의 한정된 조사를 꼬집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2009년부터 동일한 슈퍼마켓에 가격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원을 늘리고 조사대상 전통시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지만 예산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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