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평가 손실이 부진 주요 원인…하반기 저유가 효과 등 반등 기대

에쓰오일에 이어 정유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마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2분기 실적을 내놨다. 다만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 장부상 손익인 재고평가 손실이라는 점과 비정유 부문인 윤활기유 사업 약진은 하반기 기대감을 유지시키고 있다. 사진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 사진=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에 이어 정유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마저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정유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쇼크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다만 재고평가 손실​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비정유 부문인 윤활기유 사업은 약진했다는 점은 하반기 반등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27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4~6월) 실적이 매출액 10조5610억원, 영업이익 421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2.4%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할 경우 매출액은 7.2%, 영업이익은 58.0%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도 미달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150억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전날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2분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정기보수 등이 수익성을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사업 부문에서는 2분기 매출액 7조3876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4400억원 가량 줄었고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겼다. 

 

석유 사업에서 수익성이 급락한 반면, 윤활유 사업은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며 실적을 방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분기 대비 253억원 증가한 12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유제품 판매가격 인상 반영에 따른 마진 개선과 성수기 판매량 증가가 수익성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화학과 윤활유 사업 등의 수익성 방어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반기로 보면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이 줄이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유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손실의 주요 원인이 장부상 손실인 재고평가 손실과 정기 보수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전일 실적을 발표했던 에쓰오일은 주가 하락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가 기준 에쓰오일 주가는 0.44% 하락에 그쳤고 장초반에는 되레 상승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실적 발표 후 2% 이상 하락했으나 오후 2시 이후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반기 국내 정유 업체들의 석유 사업은 저유가 효과와 글로벌 경기회복 등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글로벌 정유설비의 증설 규모가 여전히 제한적이라 수요보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역내 석유제품 재고가 감소세를 보이고 성수기 진입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석유사업은 부진했지만 윤활유 등 비석유사업은 실적 최고치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수준의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호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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