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H&B스토어 성장세로 경쟁 심화…대안으로 ‘유통점’ 등장도

한때 대한민국은 로드샵 공화국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에 집결하는 이유 중 하나도 로드샵 밀집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중국발 경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며 로드샵을 찾는 발길도 끊겼다. 올리브영, 왓슨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장세도 로드샵을 위협하고 있다.

 

로드샵의 2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투자업계 보고서들은 실적 전망에서 주요 로드샵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을 예상했다. 그리고 이는 곧 현실화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2분기 매출(12050억원) 과 영업이익(1016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 58% 감소했다.

 

특히 로드샵의 부진이 눈에 띈다. 그동안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았다. 하지만 악재가 겹친 올 상반기엔 달랐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도 모두 전년과 비교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3518억원, 영업이익은 40% 감소한 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에뛰드 매출도 전년 대비 16% 감소한 1399억원, 영업이익은 66% 감소한 83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이 2분기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로드샵 줄이기.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수익성 훼손 요소들이 제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LG생건은 지난해부터 전략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하며 중저가 브랜드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2015년말 기준 2000개에 육박하던 로드샵을 축소하며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노력이 올해 1분기부터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잇츠스킨 등 로드샵을 운영하는 잇츠한불도 기존 로드샵을 줄이는 대신 유통점은 늘리고 있다. 유통점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입점한 매장 형태다. 유통점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인구가 확보되어, 매장 출점과 운영이 로드샵보다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이유로 실적이 부진한 로드샵 개수를 줄이고,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통점에 집중하겠단 것이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매출이 부진한 가맹점을 위주로 로드숍 숫자를 줄이고 유통점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유통점의 경우 주 이용 고객이 주부 등 구매력을 갖췄기 때문에, 달팽이크림 등 고가 제품군의 주요 타깃 연령대와 일치한다. 앞으로도 유통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H&B 스토어 등 채널 전용 상품을 출시해 유통점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샵의 부침은 경쟁 심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그리고 신세계 부츠까지 H&B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13000억원에 달했던 H&B 시장은 올해 1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까지는 2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같이 광폭 성장하는 H&B 스토어의 가장 큰 강점은 입점 브랜드의 다양성이다. 한 곳에서 여러가지 뷰티·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로드샵과의 차별점이다.

 

게다가 이커머스, 홈쇼핑, T커머스 등 유통 채널의 다각화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저가 전략의 온라인 쇼핑몰 앞에, ‘저렴이로 판을 키우던 로드샵이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과,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브랜드로서의 로드샵 강점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로드샵 성장 정체가 다른 유통 채널에 밀린 경쟁력 약화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로드샵 매출이 안 나온 이유를 드럭스토어 등의 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난해부터 계속 나빠졌던 내수에 관광객 감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침체된 것이다. 로드샵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시장 전체가 예전만큼 힘을 못 내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명동의 한 화장품 판매점 모습.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음.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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