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폭탄에 분양가보다 2000만원 떨어진 곳도…용인·화성·평택 등 경기남부권으로 확산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서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진행중인 모습 / 사진=뉴스1

  

“그동안 올랐던 가격을 반납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대부분입니다.” (광주 오포읍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동탄신도시에 이어 범강남권인 경기도 광주시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등장했다. 서울 주택시장분위기는 펄펄 끓어오르고 있지만 경기권만 해도 싸늘한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짧은 기간동안 입주물량이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내년에도 이 일대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어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광주 ‘e편한세상오포4차’ 단지에서는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 단지는 성남~여주 복선전철 광주역 개통으로 판교역까지 3정거장, 강남역까지 7정거장이면 도달 가능해 분양 당시 범 강남권 분양단지로 각광받았다. 전세대 84㎡의 국민평형 구성으로 인근 수요자는 물론 강남권 출퇴근 수요자의 청약도 넘쳐나며 2015년 분양당시 청약경쟁률은 평균 26대 1, 최고 169대 1을 기록했다. 지금은 분양가보다 최대 2000만원 낮아진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이 단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입주를 두달 여 앞두고 있는 광주 태전동 ‘힐스테이트 태전’은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3000세대 넘는 대단지인데다 택지지구 내 단지 옆으로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신설될 예정이어서 분양 당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분당·판교까지 10분대에 접근이 가능한 입지인 점도 인기 요인이었다. 때문에 노후한 아파트 위주의 분당 거주자들이 넘어오기 위해 청약을 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 가격이 하락한 수준에 매물이 나오고 있고 이마저도 거래가 쉽지는 않다.  전용 59㎡의 경우 분양가가 2억8000만원대였는데, 지금은 급매물의 경우 2억7000만원 미만으로도 나온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입주물량이 5000가구 정도 된다"며 "미처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했던 투자수요들이 분양가 이하로 팔겠다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가보다 낮은 새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공급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주시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만 51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준공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입주 물량(2681가구)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호조로 증가한 단독·다가구·다세대 등 일반 주택과 동네 소규모 연립·빌라 등의 입주물량까지 합하면 입주 주택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광주 뿐 아니라 용인, 화성, 평택 등 경기남부권 지역 전반에 입주물량폭탄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화성시의 경우 동탄2 신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에만 1만4887가구가 입주한다. 이는 상반기(8824가구)의 2배 수준이다. 평택시도 입주 물량이 올 상반기 1345가구에서 올 하반기에는 6361가구로 4배 가량 폭증한다.

과거 신규 주택이 한번에 과잉 공급되면 주변 집값과 전셋값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쯤되자 전세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세보다 싼 전세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인근 지역 기존 아파트에까지 역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 2014년 청약규제 완화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2018년∼2019년까지 집중적으로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역전세난도 일어날 수 있다. 물량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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