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G와 합병 가능성 재부각…국내 시장 장기적 구도 변화 촉각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페인트 업체 악조노벨의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면서 국내 화학·페인트 업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악조노벨 본사 / 사진=악조노벨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글로벌 화학기업이자 세계 최대 페인트 업체인 악조노벨의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면서 국내 업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톤 뷔히너 전 CEO가 사임하면서 피츠버그페인트그룹(PPG)인더스트리즈의 합병 시도에 대응할 축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톤 뷔히너 악조노벨 CEO는 성명서를 통해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악조노벨의 후임 CEO는 티에리 반란커 특수화학 부문장이 맡게 된다. 

 

톤 뷔히너 CEO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 내게 중요한 사안은 나의 건강”이라며 사임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이번 사임 결정은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CEO의 사임으로 전세계 화학·페인트 업계에서는 PPG인더스트리즈의 합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PPG는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 화학·페인트 업체다. 규모면에서 악조노벨과 1, 2위를 다투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악조노벨에 인수를 제안했다. 지난 4월에도 마지막 제안(Last Invitation)으로 세번째 인수제안을 제시했으나 악조노벨은 거절했다.

 

악조노벨은 PPG의 인수 제안과 동시에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력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악조노벨이 PPG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인수 합병 의사 표명과 동시에 안토니 버그만스(Antony Burgmans) 악조노벨 이사회 의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버그만스 의장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요구 소송을 네덜란드법원에 신청했으나 패소했다. 그러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달 중으로 버그만스 의장을 해임하기 위한 두 번째 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뷔히터 전CEO의 갑작스런 사임에 국내 페인트 업계에서도 향후 인수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뷔히너 전CEO와 버그만스 의장은 PPG인더스트리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인수 시도에 저항한 구심점이다. 이 중 뷔히너 전CEO가 사임해 사실상 PPG인더스트리의 인수 시도에 저항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 국내 시장 영향은? 

 

글로벌 화학·페인트 업계 1, 2위 업체인 악조노벨과 PPG인더스트리는 국내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악조노벨은 국내에서 노루페인트와 파트너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PPG인더스트리는 자체 법인 피피지코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국내 페인트 시장 2위, 피피지코리아는 5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페인트 및 화학 업계에서는 악조노벨의 경영권 변경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단기간 동안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조노벨과 노루페인트는 일단 악조노벨의 B2C 페인트에 집중하고 있고, 피피지코리아는 B2B인 자동차용 도료 부분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양사의 영업환경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악조노벨이 노루홀딩스와 40%, 60%의 비율로 선박용 페인트 합작법인인 IPK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페인트 업계에서는 KCC의 영향력이 가장 크지만 PPG인더스티리가 악조노벨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국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시장이라 단기간 변화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