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정체 맞은 LCC, 연계 통해 외형 확장…저렴하지 않은 가격 숙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해외 LCC와 연계해 운항 거리를 늘리는, 이른바 다리 놓기(인터라인)에 한창이다. 국내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LCC가 주로 취항한 단거리 노선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 따른 자구책이다.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대형 항공기 도입 없이 호주와 같은 장거리 노선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LCC 동맹체인 유플라이(U-fly) 얼라이언스를 통해 총 9개 연결 노선을 운항한다. 이스타항공을 타고 홍콩에 내린 뒤 HK익스프레스를 타고 태국 치앙라이, 캄보디아 씨엠림 등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특히 태국 치앙라이는 이스타항공이 인터라인 방식을 통해 단독 운항하는 노선이다.

제주항공도 지난 5월 제휴사 세부퍼시픽과 동맹을 통해 인천에서 필리핀을 거쳐 호주로 가는 노선을 선보였다. 인천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가는 장거리를 인천에서 마닐라를 잇는 노선 중에서 원하는 제주항공 항공권으로 구매한 후, 마닐라에서 시드니 노선을 선택하면 이용할 수 있다. 결제는 한 번에 이뤄지고, LCC 동맹 한계로 지목돼 온 마일리지 혜택도 적용된다.

진에어는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LCC 그룹 중 하나인 젯스타그룹과 인터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진에어는 인터라인을 통해 호주 케언스와 골드코스트 등 3개 장거리 노선을 확장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어 진에어는 베트남 국내선으로 인터라인 노선을 확장하고 올해 안에 아일랜드항공과의 인터라인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인터라인을 통한 장거리 운항에 나서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국내 LCC의 인터라인을 통한 장거리 노선 확장 추세 원인을 국내 LCC 간 경쟁 심화에서 찾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들은 과거 200석 미만의 중형기를 늘려 일본·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대양주 노선을 확대해왔지만, 뜨면 몰리는 LCC 노선 확장 탓에 수익성 악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LCC 규모 확대 및 노선 경쟁 치열로 LCC가 중·단거리 노선만을 운영하는 것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부산 등 총 6개지만, 에어로K·플라이양양 등이 올해 항공사업 승인 신청서를 내고 연내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라인 운영이 항공사 간 제휴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LCC 후발주자가 노선 연계를 이뤄내기 전에 더 많은 항공사와 노선을 연결하는 시장 선점이 중요해졌다”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단거리 노선에서 벗어나 앞다퉈 장거리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앞으로 인터라인 노선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라인 노선 가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LCC는 최대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정한 데 따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인터라인 노선 가격은 제휴사와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탓에 당초 LCC가 밝힌 “LCC 가격에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 호주를 잇는 국내 LCC의 인터라인 노선 가격은 대부분 110만원 상당에 형성돼 있다. 인천에서 호주 케언스, 인천에서 호주 시드니를 잇는 대형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 100만~120만원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LCC는 인터라인 장거리 노선에는 기내식 제공 등 고객 편의 사항이 추가됐다는 설명이지만, LCC 경쟁력인 가격을 잃은 셈이다.

LCC 간 인터라인 노선이 외형적으로 덩치를 키우는 효과 이상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가 노선 확대 효과를 거둘 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LCC 동맹은 인터라인 협약 외 논의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라인 노선 운항 초기 가격 협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후 인터라인 노선이 주력으로 떠오르고 노선 운용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 상쇄하는 때가 오면 가격은 충분히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터라인 노선을 찾는 고객도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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