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직장인 700명 대상 설문 조사결과…“동기부여 안 되고 되레 의욕 꺾어”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 길에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기업들의 인사평가는 조직에 대한 공헌도보단 평가자인 윗사람에 대한 충성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상당수 직장인들이 인사평가가 동기를 부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욕을 꺾고 있다고 밝혀 인사평가 제도 및 문화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대기업 및 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사평가제도에 대한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1%가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사평가의 불합리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사대상자들은 인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주 이유로 ‘사내정치에 따른 평가’(58.8%)‘를 지목했다. 직장인들은 또 인사평가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에 대해 ‘조직공헌도’(37.8%)보다는 ‘평가자에 대한 충성도’(62.2%)를 꼽았다. 결국 인사평가는 얼마나 윗사람에게 충성을 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IT대기업 종사자는 “윗사람은 개개인 성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업무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성과란 것도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솔직히 성과와 사내정치를 완전 별개로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이처럼 인사평가제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로 기업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평가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인사부서장 700여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상사가 단독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를 적용하는 기업이 51.8%로 절반을 상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인사평가가 별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회사나 개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인사평가 동기부여 효과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는 답변이 43.5%였고, 심지어 ‘아무 영향력 없다’도 16.5%를 차지했다. 평가제도가 성과와 역량향상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52.7%)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혁신보단 보수적 태도에 점수를 더 주는 기업문화도 문제로 보인다. 조사대상 직장인들은 ‘혁신적 태도’(33.7%)보다는 ‘보수적 태도’(66.3%)가 인사평가에 더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도전과 협업 등을 강조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결과를 내놓으며 “수직적인 평가관행은 상명하복과 불통의 기업문화를 야기해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인사평가제를 활용해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점들의 근원으로 상대평가가 지목된다. 과거 한국기업들이 외국을 따라 만든 상대평가 방식에 대해 외국기업들은 되레 한계점을 느끼고 절대평가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차별적 보상이 별 동기부여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선진기업들은 코칭 프로그램 도입과 절대평가제 전환 등 평가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제적 등급할당과 차별적 보상에만 중점을 둔 상대평가제로는 혁신과 직원역량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 인사평가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근인(根因)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창의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추구하려면 문제의 근본원인인 후진적 인사평가관행부터 선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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