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약관대출 규모 1년 새 17% 급증…가계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손보사 '재미'

손해보험사가 올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발표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손보사 보험약관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손해보험사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 10% 이상 약관대출 규모를 늘렸다. 손보업계가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밀려나온 서민에게서 부실 염려가 없는 약관대출로 짭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가 지난 3월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8개 손해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모두 11조204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9조9806억원)보다 12.3% 급증했다.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국내 8대 손해보험업계 평균 12%이상 약관대출 규모를 늘리며 이자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이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가 같은 기간 약관대출 규모를 5% 늘린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담보가 확실해 보험사 입장에서 채권 부실화 염려가 적다. 연체율이 낮은 채권임에도 이자는 은행 예금담보대출보다 높아 보험사 입장에선 이자 수익에 짭짤하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보면 지난해 말 삼성화재가 보유한 약관대출 규모가 3조179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부화재(2조4436억원), 현대해상(1조8363억원), KB손보(1조7531억원), 한화손보(6583억원), 메리츠화재(5472억원), 흥국화재(4560억원), 롯데손보(3306억원) 순이다.

다만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말 한화손보가 2015년 말보다 30.7%나 약관대출을 늘리며 이자 장사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이어 흥국화재 약관대출 규모가 같은 기간 24.9% 급증했다. 롯데손보(18.1%), 메리츠화재(16.6%), KB손보(16.3%), 현대해상(15%), 동부화재(13.2%), 삼성화재(2.5%) 순이다.

보험업계에선 약관대출이 늘어난 이유를 제1금융권 대출 규제가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가계 재무상황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험사가 취급하는 약관대출 금리가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 이상인 까닭에 서민 부담은 늘고 보험사 이자 수익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를 하면 할수록 제2, 3금융권 대출과 보험사 약관대출은 늘어날 것"이라며 "풍선효과라고 봐야 한다. 결국 서민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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