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서 전격분할…상영업 점유율 2위지만 경쟁격화, 배급은 하락세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을 찾은 관람객들이 영화 포스터들을 바라보는 모습. / 사진=뉴스1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내 사업본부로 있던 롯데시네마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한다. 롯데가 유통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점도 관심거리다. 영화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뉘앙스로도 읽히는 탓이다. 그간 영화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영화 사업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있어왔다.

롯데시네마 상장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투자심리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 내실도 마찬가지일지는 두고볼 대목이다. 롯데시네마의 상영시장 점유율은 2위다. 하지만 1위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3위의 도전도 거세 샌드위치 신세다. 투자배급부문은 부활조짐을 보이지만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다. 대외적 분위기도 좋지 않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영화시장 수직계열화에 대한 규제론이 힘을 받고 있는 탓이다.

롯데는 8일 금융당국 공시를 통해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가 9월 1일을 기해 별도법인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는 ‘롯데시네마 주식회사(가칭)’라는 독자적인 법인으로 바뀐다. 분할 방식은 롯데쇼핑㈜이 시네마 사업부 순자산을 영업 양도(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시네마 주식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향후에는 유통 사업과 서비스 사업을 분리‧경영하여 유통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경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롯데쇼핑㈜ 사업부에 속해 있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롯데시네마는 분할 이후 적정한 사업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재평가를 덧붙였지만 방점은 유통 사업 역량강화에 찍혀있는 모양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롯데시네마 분할로 롯데쇼핑의 기업가치가 오르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롯데시네마 분리로 기업가치가 제고됐다”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제약되는 큰 산을 넘었다”고 밝혔다. 역시 방점은 기존 롯데쇼핑 기업가치 상승에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분할을 두고 롯데가 영화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뉘앙스로 읽는 시각도 소수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산업계에서는 CJ가 롯데를 앞서가지 않았나. 이미경 CJ 부회장 등이 1990년대부터 문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투자해온 덕이기도 하지만 롯데 총수일가가 상대적으로 영화사업 본질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시각도 많았다”며 “최근 몇 년 간 배급시장에서 부진해도 국내 작품에 유의미한 투자를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즈니스인) 외화 배급에 매진했다. 이런 여러 상황을 보면서 롯데가 영화사업에 소극적이라 판단하는 시각이 늘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시네마 상장이 예정돼 투자심리가 커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실도 마찬가지일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격동하는 시장상황 탓에 홀로서기 이후 전망이 불투명해서다. 지난해 롯데시네마의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30.1%다. 2014년(28.6%), 2015년(29.9%)에 비해 소폭 상승세지만 1위 CJ CGV(49.7%)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16년 3위 메가박스의 점유율은 17.3%였다.

사실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시네마가 그리 큰 규모를 갖춘 사업부문도 아니다. 롯데시네마의 국내 사업규모는 2016년 기준 매출 6000원대, 영업이익 400억원대다. 업계 1위 CJ CGV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4322억원, 703억원 수준이다.

3위 메가박스의 출점공세도 변수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대신증권 보고서를 종합하면 1월 기준 메가박스 전국 상영관은 94개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각각 139개, 124개다.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CGV와 롯데시네마가 각각 7%, 9% 늘리는 동안 메가박스는 36%가 늘었다는 게 대신증권 측 설명이다. 특히 메가박스는 신세계 하남필드점, 신세계 동대구점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새 상영관을 늘리고 있다. 보기에 따라 롯데시네마가 샌드위치 신세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크게 부진한 상태에 놓여있던 투자배급부문은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급사 관객점유율에서 2012년 3위(12.4%), 2013년 3위(14.9%), 2014년 2위(12.1%)에 올랐던 롯데엔터는 2015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에도 7.6%의 점유율로 7위에 그쳤었다. 하지만 지난해 ‘덕혜옹주’가 560만 관객을 모은데 이어 올해 개봉한 ‘해빙’과 ‘보안관’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다만 ‘완벽한 부활’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올해 여름 성수기 시장서 눈에 띄는 작품이 없어서 3분기에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분수령은 올해 연말과 내년 여름 성수기 시장서 1편, 2편이 연이어 개봉하는 ‘신과함께’의 성적이 될 전망이다. 이 작품의 총제작비는 300억원대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영화상영 시장에 대한 견제심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상황을 예단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CJ와 롯데 등을 겨냥한 ‘영화상영, 배급 시장 겸업 금지’ 법안이 계류돼있다. 정권 초기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독과점 혐의가 짙은 영화상영시장을 겨눌 가능성도 크다. 일단 롯데 측은 “분할을 통해 롯데시네마는 기존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확대 등 신규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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