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막으면 채권만기연장 불가"…채권단, "더블스타에 매각이 최선" 판단 굳힌 듯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그래픽 = 조현경 미술기자.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한시적 채권 만기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매각 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채권 만기일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금호’ 상표권 문제로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박삼구 금호아이아나그룹 회장 측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주주협의회)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 29일 도래하는 1조3000억원 여신 만기를 매각 협상 종료시간인 9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호타이어 차입금 1조3000억원은 지난해말이 만기였지만 다음달 말까지 6개월 연장된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번 논의에서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고 채권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초 채권 만기 연장안을 주주협의회에 공식으로 부의할 예정이다. 의결권 비율로 75% 이상 찬성하게 되면 채권 만기가 연장된다.

이번 논의로 채권단이 매각 작업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는 인수 선결 조건으로 ‘금호’ 상표권을 20년동안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호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이 난색을 표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공을 들이는 채권단으로선 발목이 잡힌 셈이다.

금호 상표권은 금호산업이 소유하고 있다. 금호산업 대주주는 금호홀딩스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외 특수관계인 8인이 지분 65%를 보유 중이다. 결국 박 회장의 협조 없이는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1조원 가량을 쏟아부을 더블스타로선 금호 상표권을 쓰지 못하면 인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산업은행이 여신 만기 연장을 3개월 한시적으로만 해주겠다는 카드로 박 회장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상표권 문제로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채권 만기를 더블스타와 협상이 끝나는 9월까지 미뤄놓고 협상 성사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금호타이어는 채권 상환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도 1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을 여력이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되면 지주사격인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채권단에 넘어가게 된다. 과거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옛 금호기업(금호터미널과 합병 뒤 금호홀딩스로 사명 변경) 지분을 새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실제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로 내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돈 줄을 쥐고 있어 박 회장측이 협조를 거부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말했다.

 

박 회장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얘기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법정관리까지 갈 우려가 있는 회사를 9550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표권에 대해선 "합리적인 조건을 전제로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용할 의사는 있다”며 “아직까지 정식 요청은 오지 않았고 협조해 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밝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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