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보는 눈이 참으로 안이하다"…시민단체도 "대기업이 비용과 책임 회피하려는 행태" 지적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6일 새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감축 정책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지극히 기업입장의 편협한 발상”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개선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영계의 대표격인 경총의 이번 발언이 향후 민간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긴급브리핑을 갖고 전날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이 새 정부의 비정규직 감축안을 비판한 것에 대해 “비정규직 양산으로 근로자와 가족이 받는 고통, 그리고 우리 경제가 왜곡되고 있는 것을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6회 경총포럼에서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공공부문 근로자부터 비정규직을 조속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안전관리, 청소, 경비 등의 필수업무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여야 사회전반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 대기업 외식사업부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시간꺾기, 휴일근로 규정임금 미지급 등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에 대해 단 한마디 반성도 없이 오로지 비정규직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를 보는 눈이 참으로 안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영계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면화하면서 앞으로 정부와 경영계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밝혔듯이 향후 새 정부가 일정규모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대기업에 비정규직 사용상한 비율을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는 비정규직 고용부담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정면 반박한 경영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경영계가 정규직 전환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염려해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대기업들이 개별노동들의 사정과 특성을 따지는 것은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면서 “오래전부터 하청에 재하청 등으로 고용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단체협의회 2017 정기총회에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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