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증가, 출력 부족 우려…G80 호조에 악재될 수도

현대자동차가 디젤 R엔진 적용 차종을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ℓ 디젤 R엔진 엔진오일 증가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에까지 R엔진 적용을 결정, 업계 일각에서는 출력 부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가 파워트레인 다변화를 통해 판매 확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80에 최고출력 200마력을 발휘하는 2.2ℓ R엔진을 장착한 디젤 모델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BMW나 벤츠 등 수입 프리미엄 세단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이들 업체가 중형 세단 디젤 모델에 이미 최대출력만 250마력을 넘는 3ℓ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2.2ℓ R엔진을 장착한 대형 세단 G80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 그래픽 = 조현경 미술기자
◇ 출력 부족에 결함 논란 더해진 R엔진

R엔진은 2009년 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에 처음 적용한 엔진으로 현재까지 현대차 그랜저,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 그리고 기아차 K7, 카니발, 스포티지에까지 두루 적용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디젤 모델 전 차종에 R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을 내세운 제네시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R엔진은 지난해 엔진오일 증가로 제작결함 논란을 겪었다. 현대차는 유로6 R엔진의 엔진오일 증가에 대해 “주행할수록 엔진오일이 증가하도록 설계됐다”며 “순정 엔진오일은 경유와 섞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자제어장치(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올해 들어선 연료 호스 결함으로 R엔진을 장착한 싼타페 등 5개 차종이 리콜됐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엔진오일 증가 문제로 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대응책”이라며 “ECU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 엔진오일 증가 현상이 사라진 반작용으로 배출가스가 크게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엔진오일 증가 현상은 사실 엔진 설계상의 결함으로 보는 게 맞는데 현대차는 R엔진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제네시스 G80 디젤 모델 출시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G80은 월평균 3600대가 넘게 팔리는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주력 차종으로 3.3ℓ 가솔린 모델과 3.8ℓ 가솔린 모델만으로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만 1만4502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굳이 현 상황에서 디젤 모델을 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 변화한 시장 환경…디젤 모델 ‘독’될까?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불거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사태로 수입 디젤차 판매량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제네시스가 G80 디젤 모델 투입을 고려할 당시 수입차 시장 판매량 상위 1위부터 10위가 모두 디젤 모델이었지만,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입차 시장 디젤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4월까지 전년보다 23% 급감했다.

R엔진 고수의 장점으로 꼽힌 가격 경쟁력도 흐려질 전망이다. 환경부가 오는 9월부터 자동차 환경인증 기준을 유로6c로 강화하면서 디젤 엔진에 선택적 촉매 환원(SCR) 장치를 부착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SCR 장치는 기존 희박질소 촉매 장치(LNT)에 비해 4~5배가량 가격이 비싸 차 값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연비도 떨어진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가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하나로 경유차 퇴출과 경유 가격 인상 등을 논의하고 있어 제네시스의 G80 디젤 모델 출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초기 출고가가 높은 디젤 모델의 경쟁력으로 꼽혔던 저렴한 유지비가 경유 가격 인상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어느 정도는 환경 기준 강화에 대한 관련 대응책 마련된 상황”이라면서 “고가의 부품을 부착하면서 차량 가격이 어느 정도는 올라가겠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