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17조원↑…제2금융권 대출 몰리는 '풍선효과' 뚜렷

가계 신용이 올해 1분기에만 17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신용 증가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일반 은행보다 이자 부담이 큰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제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됐다.

23일 한국은행 ‘2017년 1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1359조70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말(1342조5000억원)보다 17조1000억원(1.3%) 늘었다. 1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지난해 1분기(20조6000억원)와 비교해 3조5000억원 가량 줄었고 지난해 4분기(46조1000억원)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가계신용 급증세가 잡혔다는 해석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1분기 기준으로 사상 두 번째 증가폭을 기록할 정도로 증가 규모가 컸다. 더군다나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가계신용이 폭증하기 전인 2010∼2014년 1분기 평균 가계신용 증가액(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해말 대출이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두드러진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청약규제를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 등 여러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며 "하지만 가계신용에서 가계 대출 잔액은 1286조6000억원으로 석 달 사이 16조8000억원(1.3%)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은행의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18조5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가액이 지난해 1분기(5조6000억원)와 비교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잔액은 298조6000억원으로 1분기에 7조4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지난해 1분기(7조6000억원)와 비슷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리스크(위험) 관리 강화 등 정책적 효과와 시중 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은행권으로부터 대출 수요가 이동하면서 증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중 상호저축은행 잔액이 19조3682억원으로 1분기에 1조833억원 늘었다. 저신용·저소득층이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저축은행을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호금융은 174조348억원으로 2조9830억원 불었고 새마을금고는 2조5288억원, 신용협동조합은 8353억원 증가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10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판매신용 잔액은 73조원으로 3000억원(0.4%) 증가했다.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기관이 6000억원 늘어난 7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 잔액은 80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23일 한국은행 ‘2017년 1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1359조70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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