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발굴 중점…태양광 경쟁 심화·안전사고 빈발 등 해결 과제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제품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부가 제품 개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창범 사장은 지난해 “고부가 제품 확대와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케미칼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하다. 염소화 폴리염화비닐(CPVC), 수소첨가 석유수지 등 고부가 제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자회사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매출 비중이 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태양광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관련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또 지난 수년간 안전 사고가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김 사장이 풀어야할 과제다. 

◇기술·고부가 제품으로 승부수

김 사장은 고려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한화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2002년 한화석유화학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 2005년 한화석유화학 폴리염화비닐(PVC) 사업부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로 재직한 뒤 2014년 12월부터 한화케미칼 사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화학업계 최고경영자가 그러듯이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울산과 여수 등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집무실을 서울 본사에서 연구개발(R&D) 부서가 위치해 있는 대전으로 옮기기도 했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KAIST와 공동으로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국내 석유화학 회사가 KAIST와 공동으로 연구소를 만들기는 처음이다. 한화케미칼은 연구소 설립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까지 5년간 운영되는 미래기술연구소의 주요 연구과제는 차세대 석유화학 물질 원천기술 및 제조기술 개발, 고순도 정제 공정 개발 등 사업성이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다.

영업실적도 나쁘지 않다. 김 사장이 취임한지 2년 만에 한화케미칼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은 영업이익 7792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131% 끌어올렸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5% 증가한 9조258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의 실적 개선은 저유가로 인한 원가 안정 효과로 스프레드(석유제품 가격과 원료 가격의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가성소다, 톨루엔디이소시아네트(TDI) 등 주력 제품의 고른 시황 개선이 실적을 견인했다. 태양광 부문은 자회사인 한화큐셀이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사에 1.5 GW 모듈을 수출하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김 사장은 향후에도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제2공장에서 생산되는 국산 염소화폴리염화비닐(CPVC)의 인도 수출을 앞두고 있다. 고부가 제품인 CPVC는 PVC에 염소 함량을 10% 늘린 소재로 열과 압력에 강하고 부식에 잘 견딘다. 기존 PVC보다 수익성이 2배 이상 좋고 경기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VC 생산은 그동안 미국 루브리졸, 일본 가네카, 일본 세키스이, 프랑스 켐원 등이 장악하고 있었다. 일종의 독과점 시장이다. 한화케미칼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1990년대 중반 두 차례 기술 개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2012년 1월 다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화케미칼은 4년간 연구개발 끝에 2015년 말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 독자 개발이었다.

김 사장은 최근 신사업인 수소첨가 석유수지 사업 진출을 위한 공장건설에 착수했다. 해당 공장은 2019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전남 여수 국가 산업단지 내에 세워진다. 생산규모는 연간 5만톤이며 투자비는 1300억원이다.

수소첨가 석유수지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생산되는 유분의 일종 C5로 만든 석유수지에 수소를 첨가한 것을 말한다. 주로 위생 제품용 접착제나 산업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글로벌 시장 규모(2016년 기준)는 약 40만톤 수준으로 매년 7%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 경쟁 심화…연이은 안전 사고는 해결 과제

지난해 매출을 사업부문별로 구분하면 태양광사업이 3조91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원료사업 3조8718억원, 가공사업 1조240억원, 유통사업 6734억원, 기타사업 1조516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원료사업 부문 4710억원, 태양광사업 부문 2125억원, 가공 359억원, 기타 704억원 등을 기록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부문에 대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 왔다. 2014년 매출 2조298억원, 영업이익 86억원을 기록했던 태양광사업은 2015년 매출 2조8710억원, 영업이익 78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원료사업을 뛰어넘었으며, 영업이익 역시 2000억원대를 기록, 전년대비 3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35%를 태양광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태양광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까지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 업체들은 모두 가동률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설비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큐셀도 올해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규모를 각각 1.5GW씩 증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는 전년 대비 7%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태양광 및 기타부문에서 영업손실 316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중국과 말레이시아 태양광 공장의 가동률은 100%였다. 판매단가가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2012년 1와트당 90센트였던 태양광 모듈 시장가격은 공급과잉의 여파로 올해 3월들어 1와트당 34센트까지 약 3분1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에는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수요부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6월부터 태양광발전설비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지난해보다 19%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석탄과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산업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중국과 미국의 태양광발전설비 수요가 각각 24GW, 10GW로 지난해와 비교해 중국은 30%, 미국은 1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발전설비 시장에서 각각 46.6%, 1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 문제도 김 사장이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다.

지난 2015년 7월 울산 남구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내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경비원 1명이 부상했다. 당시 경찰은 원청인 한화케미칼의 작업허가서 발행이나 안전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현장을 감독하는 ‘안전관찰자’(하청업체 직원 중 선정)의 역할도 형식적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지난 2015년 9월 김 사장은 안전전문가를 초청해 사고 사례와 우수 경영사례,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한화케미칼은 설비 제작, 보수 공사 등 안전 사고 위험이 있는 10개의 협력사와 양해각서를 맺고 같은해 10월부터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1월 울산 남구 황성동 한화케미칼 울산 3공장에서 슬러지 더미에 협력업체인 M기술 소속 근로자 강모씨(50)가 매몰되는 사고가 다시금 발생했다. 경찰은 안전관리자들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안전 사고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태양광 시장에 대한 돌파구 마련 역시 중요한 숙제다. 결국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과 더불어, 태양광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안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예방 정책이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케미칼호(號)의 미래를 결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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