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48년 아성 깬 매일유업, 농심과 격차 좁힌 오뚜기…3위 남양유업‧삼양식품도 선전

진격의 추격자들. 우유와 라면 시장을 둘러싼 업계 구도를 살펴볼 때 쉽게 떠오르는 말이다. 우유와 라면 시장에서 나타나는 균열조짐은 심상치 않다. 매일유업은 연결기준 매출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유유)​을 앞질렀다. 오뚜기와 농심의 점유율 격차는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각 업계 3위인 남양유업과 삼양식품의 반란 가능성도 과거보다 커진 모양새다.


6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주요 식음료사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대표적인 먹거리 시장에서 변화 양상이 도드라진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액 1조 6347억원을 거둬들이며 48년 만에 서울우유를 앞질렀다. 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6037억원이다. 서울우유는 2015년보다 뒷걸음질 쳤고 같은 기간 매일유업은 6% 성장했다. 매일유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4.5%나 급증했다.

3위 남양유업도 선전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2391억원으로 직전해보다 2%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액이 900억원 가까이 늘었다. 1위가 주춤한 사이에 2위와 3위가 동시에 성장세를 내보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2~3위의 영업이익 상승세다.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는 요인은 사업다각화다. 우유 외에 새 먹거리를 찾은 게 유효했다는 해석이다.

매일유업의 다각화는 두드러진다. 커피음료와 외식사업에 이어 커피전문점(폴 바셋)까지 운영하고 있어서다. 아동복·화장품 사업도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맥도날드 한국사업권 인수 협상에 나섰었다.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매일유업의 경우 제로투세븐과 엠즈씨드(폴바셋) 등 수익성 부진에 빠진 자회사가 전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자회사 지분 관리‧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부문과 유가공제품 개발과 생산, 판매, 상품 수입판매 등을 담당하는 유가공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결정 덕에) 향후 유제품 본업의 영업가치만으로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를 내세워 커피믹스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점유율은 15% 선까지 올라왔다. 남양유업은 2013년 사내유보금 2000억원을 들여 전남 나주에 전용 공장까지 세웠다. 최근에는 루카스를 통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매출 정체이후 난국 해소를 위해 (그 전에 안하던)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 게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두 회사 모두 커피에 대한 공통된 관심이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우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많이 남는 제품이다. (유업계의) 기존 업태특성 자체가 물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확장 움직임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면업계의 구도도 관심거리다. 1위 농심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2170억원이다. 직전해보다 1.6%가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24.2%가 급감했다. 라면시장 경쟁심화에 따른 판관비 증가 탓이다. 이 사이에 2위 오뚜기는 매출 2조원클럽에 진입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6.8%가 뛰었다.

두 기업이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라면시장 점유율의 격차 감소가 유독 눈길을 끈다. 농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64.3%에 달하던 라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5.2%로 급감했다. 오뚜기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라면점유율이 25.6%라고 밝혔다. 2014년에는 19.3%였다. 두 회사 모두 AC닐슨의 통계에 근거했다.

우유시장과 마찬가지로 라면시장에서도 3위 삼양식품이 선전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3593억원이다. 2015년(2908억원)보다 매출액이 23.5% 늘었다. 영업이익은 253.5%나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했다. 라면 3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동력은 해외수출이다. 인기제품 ‘불닭볶음면’이 중국·동남아 등에서 수출액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삼양식품은 지난 1월 강원 원주에 라면공장을 증설해 생산도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은 총 500억원을 전망한다”며 “매출 국가 다변화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삼양식품 매출액은 4000억원 돌파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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