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박승언 대표 손 들어줘…"효성, 경영정상화 외면"

카프로 울산공장 전경 / 사진=카프로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 제조업체 카프로와 최대 주주인 효성이 경영권 분쟁을 치열하게 벌인 가운데 박승언 카프로 대표 등 현 경영진이 재선임에 성공했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글로벌센터에서 비공개로 열린 카프로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를 재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카프로 지분 11.6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 효성은 지난 수년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박 대표의 재신임에 제동을 걸어 왔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박 대표 등 경영진 손을 들어주면서 효성의 경영진 교체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카프로는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수요의 80% 가량을 카프로가 공급했다. 효성은 이 회사의 최대 고객이다. 지난해 카프로는 매출 40.5% 비중에 이르는 1401억원 가량의 카프로락탐을 효성에 공급했다.

효성과 카프로간 갈등은 실적문제에서 비롯됐다. 최대 주주이자 카프로의 주력 생산품 카프로람탁의 최대 구매 고객이기도 한 효성은 박 대표 취임 이후 3000억원 가까이 쌓인 누적 적자를 문제삼으며 경영진 교체를 원해왔다.

카프로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2012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2012년 당시 9566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455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나아지며 영업적자를 169억원 가량으로 축소시켰다. 증권업계는 올해 카프로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이 경영진 교체 압력을 가하자 카프로 경영진은 경영 공백을 사유로 거부했다. 오히려 효성이 카프로의 경영 정상화를 외면한다고 반격했다. 

카프로는 공시를 통해 “효성이 수년간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해왔고, 2015년부터는 카프로 이사진에서 효성 측 이사가 전원 사퇴했다”며 “특히 지난해 8월 이틀에 걸쳐 지분 8.25%를 매각해 카프로 주가가 15% 폭락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의 지분율은 2013년 25.7%에서 지난해 11.65%까지 하락했다.

이 와중에 소액 주주들은 카프로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당초 업계에서는 카프로의 2대 주주(지분 9.56%)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효성 편을 들면서 효성이 표대결에서 이길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지분 78% 차지한 소액주주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카프로가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프로락탐 판매가 향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판매량 절반을 효성에 납품하고 있다. 효성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량을 줄이면 카프로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중국 등에서 만드는 카프로락탐 값은 카프로의 공급가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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