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측 의중 파악…미 서비스산업 개방 확대 요구 가능성

정부가 최근 한국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 해소를 위해 경제외교길에 나서는 가운데 발효 5주년을 맞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 후 양국 모두에게 호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재협상시 일부 서비스업종에서 미국이 조기개방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일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MF(국제통화기금) 총재, 신용평가기관 관계자 등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G20 회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17일 열릴 한미 재무장관 회담이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1일(현지시각) 불공정 교역 상대방에게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터라 이번 한미 재무장관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역업계는 환율조작국, 대북 금융제재 등 한국을 둘러싼 대외 경제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이번 양자 회담에서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 등을 운운한다면 향후 한미 FTA재협상 테이블이 실제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재협상이 열릴 것에 대비해 전문가들은 발표 5주년을 맞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호혜적인 성과를 가져다 준 부분을 적극 설명하고 한미 FTA 관련통계로 잡히지 않는 미국산 무기도입 등도 미국 측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역협회가 발간한 ‘한미 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32억5000만달러로 99% 증가했다. 반면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서비스수지(미국 통계 기준)에서 같은 기간 흑자는 69억달러에서 106억달러로 늘었다.

또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사청 개청(2006년) 이래 지난해 10월까지 한국이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36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은 2006~2015년 미국의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아랍에미리트(2위), 일본(4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실제 재협상이 열리면 미국이 시장을 더 넓힐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의료‧법률‧회계 등 서비스 업종에서 조기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미국이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 ‘FTA 정신에 맞게 시장을 개장하라’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 “의료의 경우 우리는 공적보험체계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한미FTA에 대해서 ‘재협상’, ‘불공정’ 등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왼쪽은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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