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콘텐츠 각광 받으며 관심 치솟아…미스터블루·레진엔터·CJ E&M 두각

지난해 2월 '미생' 윤태호 작가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미생10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웹툰에서 시작해 출판만화, 드라마로 연이어 성공한 윤 작가의 미생은 만화 전성시대의 귀환에 결정적인 모멘텀이 된 작품이다. / 사진=뉴스1

‘만화, 만화’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만화대여 가게가 골목마다 자리해 있을 때다. 그때 만화는 산업이라기보다는 취향의 매개체에 가까웠다. 지금도 ‘만화, 만화’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 만화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업부다. 이제 만화는 주목받는 산업이다. 만화 전성시대가 모양새를 바꿔 돌아온 셈이다.

IP(지적재산권)라는 멋들어진 단어를 등에 업은 만화가 각광받고 있다. 만화전문 기업을 표방해 미리부터 시장을 치고나간 미스터블루는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사업도 키울 심산이다. 레진코믹스로 잘 알려진 레진엔터테인먼트는 만화 성공을 발판 삼아 영화 공동제작에 나선다. 엔터테인먼트 공룡 CJ E&M은 애니메이션 사업을 완구까지 확장해 키울 작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만화산업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화산업 매출액 규모는 9000~9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2년 이후 연평균 6% 내외 성장률을 나타낸 걸 감안할 때 추정한 규모다. 웹툰 등 온라인 만화 시장서 동력을 얻고 있어서다.

코스닥상장사인 미스터블루의 매출 비중을 뜯어보면 온라인 만화 시장의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미스터블루가 지난해 9월 금융당국에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3분기까지 미스터블루 매출의 83.6%가 온라인만화 제작유통부문서 발생했다. 미스터블루가 저작권이나 전송권을 보유한 만화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이나 포털 등에 서비스해 얻는 수익이다.

반면 만화출판부문 매출은 9.4%에 그쳤다. 이 부문은 미스터블루가 출판권을 보유한 일일만화, 코믹스만화를 출판하는 사업이다. 2013년 19.3%에 달했던 이 부문 매출은 2015년 11.8%로 쪼그라들더니 결국 한자리 수까지 내려온 셈이다.

그래도 온라인 강세 덕인지 미스터블루의 지난해 매출액은 240억원으로 직전해보다 40.6%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28.1% 늘어난 47억원이었다. -60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4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부채도 10억 가까이 줄었다. 어떤 지표를 살펴봐도 성장세가 확연하다.

이에 대해 미스터블루는 금융당국 공시를 통해 성장 동력 3가지로 “자체 온라인 플랫폼 가입자 수와 결제 금액 증가에 따른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매출 증가, 웹툰 사업 유료화 서비스에 따른 매출 발생, 온라인 게임사업 진출에 따른 매출 발생”이라고 명시해뒀다.

이 핵심에 IP(지적재산권)가 있다. 원천콘텐츠인 만화에 대한 관심도가 워낙 높아져서다. 이 덕에 IP 활용 전략이 사업의 핵심에 선 모습이다. 조승진 미스터블루 대표도 “올해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우량 IP를 활용한 양질의 ‘원소스 멀티유스(OSMU)’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할 정도다.

전망은 좋은 편이다. 한상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투자 확대로 만화 작가와 타이틀 수가 늘고 장르가 다양화되며 가입자당 매출액과 회원수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사업 부문인 온라인 게임 부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달 10일부터 한국 만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대표 웹툰 기념우표 4종 총 48만장을 오는 10일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우표는 사용하기 편리한 스티커 형태로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 윤태호의 ‘미생’, 조석의 ‘마음의 소리’ 등 4개 작품이다. / 사진=우정사업본부

미스터블루가 게임에 꽂혔다면 또 다른 업계 강자 레진코믹스는 영화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5일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영화제작사 다이스필름과 공동제작한다고 발표했다.

D.P 개의 날은 레진코믹스에서 2015년부터 연재돼 누적 1000만 조회를 기록한 웹툰이다. 앞서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국내 사모펀드(PEF) 회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실탄도 든든히 마련해놓은 상태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IP 전담조직도 신설해 드라마와 영화 등 웹툰 2차 판권 판매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미스터블루와 레진코믹스 등의 IP확장 공세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공존한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만화는 웹소설 등과 비교해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콘텐트로 옮기에 용이한 콘텐츠다. 또 기존 팬덤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 박사는 “기존 만화 원작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원작의 영상화에 비판적 시선을 가진 독자층이 있어서다. 만화가 원작이던 한 드라마의 경우 캐스팅 과정에서도 원작 독자층 사이에서 논란이 커진 사례도 있다”며 “1차 IP, 즉 원작을 넘어설 수 있는 독자적 색깔을 내는 데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선 기업들이 웹툰을 무기로 OSMU 전략에 나선 사이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최대공룡 CJ E&M은 애니메이션으로 같은 전략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체제작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루비가 먼저 나선다. 이 작품은 이미 해외 30개 채널과 계약이 완료됐다. 이 중 10개 채널은 이미 방송 중이다.

이중 눈길 끄는 건 완구사업이다. 이미 CJ E&M은 메인 완구 개발 및 유통 관련 계약도 체결 해놨다. CJ E&M 측은 주인공 직업이 30여종이라 완구로서의 활용성과 사업 확장성이 높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이 웹툰과 애니메이션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수익규모가 커지고 수출시장도 생긴 덕에 업계는 부쩍 산업화됐지만 되레 이에 따른 폐해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화전문가인 한상정 인천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문화연대 주최로 열린 ‘문화산업 지원정책의 과제와 새로운 패러다임’ 토론회에서 “미스터블루 등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수직계열화에 대한 걱정이 생기고 있다”며 “작품이 많아지니 (수출을 위해서는) 번역, PD, 에이전시 등 그간 만화계에 없던 새 직종들도 필요해졌다. 큰 기업들이 중소규모 에이전시 등의 업무영역을 가져가는 건 없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