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청탁 개입 의혹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지난해 12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러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소환했다. 김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독일 인맥으로 알려진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승진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24일 "김 회장을 하나은행장 인사개입 혐의 관련 참고인으로 오후 2시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 본부장이 승진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청탁이 있었는지, 김 회장이 이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이 배경에는 최 씨의 딸 정유라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 본부장이 특혜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2월 정 씨는 최 씨와 공동명의로 된 강원도 평창 땅 약 23만㎡(6만9000여평정도)를 담보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압구정 중앙지점에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아 독일 법인에서 24만 유로를 대출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최 씨의 은행 예금을 담보로 총 38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를 0% 후반대 금리로 빌려 독일 집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법인장이었던 이 본부장이 귀국후 곧바로 승진한 점,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던 점 때문에 특혜 의혹이 일었다. 또한 정 씨가 받은 개인대출은 수출입 기업들이 이용하는 '보증신용장'방식으로 이뤄져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부동산을 담보로 신용장을 발급하는 경우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외화지급보증서는 기업, 개인 발급이 모두 가능하며 이례적인 거래가 아닌 일반적 거래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혜 대출 논란이 있던 당시 "KEB하나은행 외화지급 보증서를 발급받은 고객 중 11.5%가 개인고객"이라며 "외화지급보증서도 부동산담보를 취득한 후 발행한 건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본부장은 지난해 1월 독일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받았고 한 달 만에 임원급인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정기인사를 끝낸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 갑자기 글로벌영업본부를 1, 2본부로 쪼개 임원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이 법인장을 2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단독 임원 인사 발령을 냈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영업본부를 확장시킨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전했다.

특검은 최 씨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금융위를 통해 김 회장에게 이 본부장 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이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이 본부장 승진을 지시했고 정 이사장이 김 회장측에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도 이 본부장의 특혜인사 의혹 정황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정해졌다. 특검은 수첩을 토대로 안 전 수석에게서 "박 대통령이 이 본부장을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3일 금융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정 이사장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이 안 전 수석이나 정 이사장의 부당한 요청에 응한 것은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며 "김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이 같은 지시에 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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