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물량 상승해 양과 질 모두 개선세···보호무역 확산·트럼프 정책은 불안 요인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면서 수출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정유년이 어느덧 두 달 가까이 흐른 가운데 수출이 지난해와 달리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물량뿐만 아니라 수출 물가도 오르면서 양과 질 모두 개선됐다. 글로벌 경기 개선 움직임이 국내 수출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만 회복세가 쏠리는 모습은 한국 수출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 봄이 오기도 전에 불어온 수출 훈풍

수출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7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1월(7.7%)과 12월(6.4%), 올해 1월(11.2%)에 이어 2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 악화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우려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수출 실적인 셈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올해 수출 전망은 밝지 않았다. LG경제연구원은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기 하향과 교역 위축 현상이 계속되면서 수출은 회복 여지가 크지 않다고 했다. 무역 제재가 확산하고 글로벌 투자가 위축하는 탓에 한국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상황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올해에도 수출 회복 기대는 어려울 전망이라 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올해 수출이 세계교역량 증가세 둔화로 제한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국내 수출도 개선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요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기·전자, 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이 수출 회복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 물량과 함께 수출 물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7년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물량지수는 126.6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달 수출 물가지수도 87.31로 전달보다 1.1% 오르면서 2014년 11월 88.57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양적 회복뿐만 아니라 질적 회복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최근 수출은 알래스카의 봄···다시 겨울 온다”

이 같은 회복세에도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율 조작국 지정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무역 보복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최근 수출이 제 몫을 하고 있다”면서도 “수출 여건이 마냥 좋다고 볼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가 미국뿐만 아니라 서서히 증가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도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무역제제가 있을 가능성 그것을 감안해보면 수출 여건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수출 회복 품목이 쏠려 있는 현상도 불안 요소다. 수출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기계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선박 등 업종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실제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6%를 넘었지만 선박(–17.5%), 무선통신기기(–17.0%), 가전(–16.1%) 등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올해 수출이 ‘상고하저(上低下高·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 ‘알래스카의 봄(봄이 짧은 알래스카와 같이 일시적인 호황)’으로 끝날 것을 경고한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마냥 좋을 것이라 전망하기에는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보호무역 확대 등이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압박 등으로 인한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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