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어 자율주행·대관분야 외부인재 줄영입…제네시스 영업담당 영입여부 주목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자료=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위기 타파를 위해 인사(人事) 카드를 빼들었다.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겹악재를 적재적소의 인재 등용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는 디자인·영업·법조 등 각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각 산업별 인재 발굴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發 위기설에 ‘미국통’ 대관전문가 영입

현대차가 워싱턴사무소장에 데이비드 김(David S. Kim)씨를 임명했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신임 데이비드 김 소장은 2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데이비드 김 소장은 ‘미국통’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도로청 부국장 출신으로 정책 및 정부 관련 업무를 맡았다. 데이비드 김은 또 미국 교통부(DOT)와 무역대표부(USTR) 등에서 정부 정책과 의회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미국 상하원 의원실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를 두고 현대차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미국 연방정부 고위직 출신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인맥이 넓은 데이비드 김을 영입해, 현지 정부에 현대차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 자동차기업이 미국에서 차를 팔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공헌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아차 멕시코공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국경을 넘어 수입되는 제품에 국경세를 추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미국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바움앤드어소시에이츠는 트럼프 대통령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기아차의 대당 평균 가격이 약 3000달러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아차 가격경쟁력에 치명상을 입게 되는 셈이다.

24일 현대차 전(前) 미국법인 임원은 “미국에서는 로비활동이 합법화 돼있기 때문에 넓은 인맥을 활용한 정부와의 스킨십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데이비드 김은) 최적화된 인물이다. 연방정부의 부국장이라는 지위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회사에 압박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현대차 대관업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 디자인부터 자율주행까지 ‘새얼굴’ 발굴…정의선 부회장이 주도

최근 10년 간 현대차의 외부인재 영입은 질과 양 모두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자동차 기술개발부터 디자인,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분야 석학까지 스카우트하면서 현대차의 인재풀은 이른바 ‘어벤저스급’ 위용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의 외부인재 영입은 주로 정의선 부회장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분야별 해외 인재 영입리스트를 정 부회장이 수시로 확인하고, 때에 따라서는 정 부회장이 직접 외부 인사를 추천하기도 한다는 게 내부 관계자 전언이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해외 유수 인재 영입에 굉장히 열정적이다. 단순 관심을 넘어 실제 영입을 성사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이렇게 그룹으로 들어온 간부들이 모두 제 몫을 해내면서, 추가적인 해외 인재 확보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해외 영입 신호탄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이었다. 2006년 당시 자동차 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혔던 피터슈라이어를 ‘깜짝’ 영입하며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뒤 BMW 고급차 M개발을 주도했던 알버트 비어만,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통커볼케,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지난해에는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을 역임한 이상엽 상무를 줄줄이 영입하며 현대차의 자동차 외장 및 내장 담당임원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올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이진우 박사를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으로 영입하며 미래차 개발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박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동역학 제어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미국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6년부터는 GM 자율주행차 개발에 참여했다.

◇ 제네시스 판매 불 붙일 고급차 영업담당 영입할까 

제네시스 대형세단 EQ900. / 사진=현대차그룹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연이은 외부인사 영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 동안 값싼 대중차 이미지에 머물던 현대차그룹 위상이 ‘매머드급’ 인재 영입에 비례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루크 동커볼케 등과 같은 스타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하게 되면 유럽 등지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며 “자동차 영업이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영업담당 간부다. 현재 제네시스 국내영업은 이광국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부사장이 현대차와 제네시스 국내판매 모두를 아우르다 있다는 점이다. 일반 대중차시장과 고급차시장은 경쟁 브랜드부터 소비자 특성이 다른 탓에 영업 전략이 상이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영업을 따로 총괄할 인재 영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사가 필요하다. 즉, 고급차는 꾸준하고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회사 발전에 긍정적이다. 기존 해외 고급차 브랜드에서 노하우를 쌓은 인사들을 스카우트 한다면 제네시스 브랜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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