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넘게 세분된 제조공정, 단계에 따라 6명 함께 작업”

현대자동차 인도 1공장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인도 시장 전략 차종인 i10, i20, 크레타는 컨베이어 벨트가 없는 바닥 위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랐다. 틈새로 손과 발이 분주했다. 때에 따라 12개 손과 12개 발이 차량 한 대를 향해 뻗어 나갔다. ‘기계가 다하고 마무리만 사람이’ 하는 자동차 공장이 대세지만, 이곳은 달랐다.

기계가 없으니 사람이 있었다. 상자를 옮기는 일도, 옮겨진 상자 속 부품을 작업대에 채우는 일도 사람이 했다. 부품을 나르고 부품을 더하는 기계 소리는 땀 냄새에 가려졌다. 이성주 현대차 첸나이 공장 노무기획과장은 “기계가 부품을 채우고 부품을 작업대로 가져오면 사람은 위치만 맞추면 되는데 여긴 사람이 다한다”면서 “많게는 작업 하나에 6명이 붙는다”고 했다.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 내부 전경. / 사진 = 현대자동차

◇ 현대차 인도 1·2공장 66만여대 생산…1시간당 50대

지난해 1공장은 32만여대, 2공장은 34만여대를 생산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지난해 50만537대를 팔았다.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66만2054대, 즉 생산물량 모두를 판매했다. 2015년 64만3269대보다 2.9% 늘었다.  

1998년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공장을 짓고 경차 아토스를 개조한 쌍트로로 첫해 8447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판매량은 60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는 지난해 13만8000대가 팔리며 인도 시장 연간 레저용 차량(RV)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성주 첸나이 공장 노무기획과장은 “인도 공장이 가진 높은 생산 효율성이 인도 진출 20년 만에 50만대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기계가 많이 도입되지 않은 생산 공정이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 첸나이 1공장의 시간당 생산 대수(UPH)는 50대에 달한다.

UPH가 73대인 현대차 미국 공장과 비교하면 낮은 생산성이지만, 국내 울산 공장 40대와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가 가져온 타이어가 축에 들어간 이후 고정만 하면 되는 일과 누군가 들고 온 타이어를 한 사람은 축에 대고 한 사람은 고정하고 하는 작업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며 “UPH 50대는 대단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 내부 전경. / 사진 = 현대자동차

◇ “사람이 있는 공장은 지역사회에도 도움”

현대차는 2006년 2공장을 착공하고 2008년 양산에 나서면서도 1공장 설비를 그대로 유지했다. 최소한 컨베이어 벨트를 바닥에 설치해 차량 이동에 따라 사람이 생산 공정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설비조차 더하지 않았다. 바닥이 차량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면 차량 생산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에 1공장 의장(조립) 과정은 차량 1대를 만들기까지 216단계를 거쳐야 한다. 제조공정에 기계의 도움이 없는 탓에 시간과 동작을 잘게 나눠 배분했기 때문이다. 조립 공정에 기계 투입이 많은 공장은 평균 70번째 단계에서 차량 1대가 완성된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인도 공장의 제조 공정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성주 과장은 “3배가 넘는 제조공정 고수는 사실 지역 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현대차의 지위를 지키려는 방법”이라며 “기계화 진행은 단계에 따라 15명이 50년을 일할 기회가 없어지는 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 시장의 장점인 저렴한 인건비도 이 같은 체제 고수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유지된 현대차 인도법인의 직원은 애사심으로 보답하고 있다.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었던 때도 있었지만, 2013년 노조가 회사의 경쟁력이 있어야 일자리를 보장받는다는 점을 수긍하고 경영진은 노조를 배제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노사 평화선언을 채택, 지금까지 4년간 무분규를 이뤄냈다.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일하는 매니 간든은 “결혼할 때 현대차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배우자 가족에게서 100g에 달하는 금을 받았다”며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라는 지역 사회에서 현대차가 갖는 위치는 그만큼 크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 주변에 있는 부품 물류 창고. / 사진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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