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 헌법이래 거의 안바뀌어 시대변화 반영 못해…예산법률주의 도입 최우선해야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증액심사소소위원회 회의에서 주광덕 새누리당 간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동철 국민의당 간사,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17년도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향후 개헌 과정에서 재정관련 헌법 조문 개정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재정관련 헌법조문은 제헌헌법이래 거의 변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헌법이 국가재정 현실과 괴리된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7일 보고서에서 “개헌을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 간 재정관련 권한을 균형있게 배분해 국민의 의사가 재정과정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9차례에 걸쳐 헌법이 개정됐으나 권력구조 개편에 주로 집중되고 재정관련 조항은 큰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헌법이 경제·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정부예산이 4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 채무가 600조원을 상회하는데다 향후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건강보험의 재정악화가 예상되는 등 재정 여건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정처는 2009년 국회의장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와 2014년 국회의장 헌법개정 자문위원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향후 개헌시 재정관련 주요 쟁점으로 예산법률주의 도입, 회계검사기관 독립, 국회 예산수정권 제한 폐지 등을 꼽았다.

◇예산법률주의 도입해야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예산 비법률주의를 채택해 예산이 법률과 다른 형식으로 마련되고 의결절차도 법률과 달리 소관 상임위 예비심사·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도록 돼 있다.

국회 자문위원회는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 해소, 예산정보 공개 등을 통한 재정민주주의 실현, 예산의 규범력 강화 등을 위해 예산법률주의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산법률주의란 세출예산 항목에 대해 용도와 목적, 내용, 제약, 권한과 책임 등을 법률화해 의회에서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면 신축적인 예산집행이 제한되고 예산법률에 대한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예정처는 예산법을 일반 법률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 특수성을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인정 여부, 의회의 예산법률안 제출권 허용 여부, 대국민 효력 인정 여부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예산법의 성격과 형식, 심사절차 등에 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검사기관 독립, 재정준칙 도입도 논의

예정처는 회계검사기관 독립과 관련, "의회 행정부 통제권 강화, 회계검사의 객관성 제고, 행정 효율성 저해 등 회계검사기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나타나는 효과를 다방면으로 검토해 회계검사기관의 지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예산수정권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헌법은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예산항목을 설치할 때 정부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문위도 2009년 이같은 규정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기 때문에 삭제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정처는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 관한 논의도 제기했다. 현행 헌법은 국채발행시 동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국가채무 상한을 법률로 정하거나 재정수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조항은 없다. 앞서 2009년 자문위는 국가채무부담을 법정 한도 내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채무준칙을, 2009년 자문위는 국가의 수입·지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수지준칙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비율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예정처는 "대부분 국가가 법률에서 재정준칙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헌법에서 재정준칙을 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