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자중 1000만원 이하 대출자가 53%…시효 지난 채권은 추심 전면 금지해야

사진은 한 시중은행에서 대출 상담이 이뤄지는 모습.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소액 장기 연체 채권 소각과 시효완성 채권추심 금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채무자 재기와 금융사 과잉 대출 제한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연결된다.

정부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져 더 위험성이 커진 때문이다. 이에 채권자 중심에서 채무자 중심 정책으로 돌아섰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의 시발점은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권 실행절차 개선, 연체이자율 산정 체계 점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향적 가계부채 대책을 환영했다. 동시에 소액 장기연체 채무자들의 빚을 소각하고, 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기준 1000만원 이하 대출자는 482만7064명이다. 전체 대출자 1843만명의 26.18%를 차지했다. 전체 채무불이행자 가운데 10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53.81%를 차지했다. 20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신용불량자 비율은 70%에 달했다.

1000만원 미만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들은 신용거래가 제한되고 취직도 제약을 받는다. 신용등급도 하락한다. 경제적 재기가 어려워 빚 갚기가 더 힘들어진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의원실 관계자는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이들은 정말 갚을 능력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이자로 원금 이상을 갚았다"며 "이들의 채무를 소각해 정상적 경제 활동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래야 소비와 세수가 늘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금융사로부터 1000만원 미만 장기 연체 채권을 싸게 사들여 일괄 소각할 필요가 있다"며 "그 전에 정부는 통합도산법을 채무자 중심으로 개정해 금융사가 정부에 소액 장기 연체 채권을 싸게 팔더라도 배임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민행복기금이 가지고 있는 41만명의 소액 장기 부실채권을 일괄 소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의 주 재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배분금이다. 이는 은행권이 외화위기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금융소외자에게 책임을 다하기 위해 조성한 사회적 환원금이다.

◇ "시효 완성 채권 추심, 법으로 금지해야"

전문가들은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추심을 금지하는 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지만 금융사가 교묘히 되살리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부활은 취약계층의 재기를 어렵게 만든다.

금융사에서 빌린 빚은 채무자가 5년 넘게 돈을 갚지 못하고 금융사도 이 기간 법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채무자의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

그러나 일부 금융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되살려 채무자에게 추심한다. 채무자에게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알리지 않고 소액만 우선 갚으면 채무액을 줄여준다고 속인다. 채무자가 소액이라도 갚으면 시효가 되살아난다. 채무자들을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도 신청한다. 채무자 이의가 없으면 지급명령 확정으로 시효가 되살아난다.

금융사들은 대부업체나 국민행복기금에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헐값에 팔아왔다. 대부업체 등은 시효를 되살려 채무자에게 추심했다. 2010년 1월~2015년 3월 사이 162개 금융사가 4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대부업체에 120억원에 팔았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말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매각과 추심을 금지했다. 그러나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라 실효성이 낮다.

전문가들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원천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추심과 매매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윤경 의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을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제윤경 의원실 관계자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 추심과 소액 장기연체 채권 모두 금융사의 과잉 대출에 따른 결과다"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면 금융사의 과잉 대출 관행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