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승용차 판매량 10%↓…오만한 기업에 소비자 등 돌릴 수 밖에 없어

현대차가 이겼다. 결함을 덮고 보니 승리가 남았다. 비난은 패자 몫이다. 여론은 “결함을 알면서도 현대차를 산 게 잘못”이라고 질타한다. 상황이 변했다. 1년 전만 해도 달랐다. 현대차 구매자가 결함 앞에 패자였던 것은 같지만, 사람들은 패자 옆에 서주곤 했다. 격려가 있었다.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똑같은 시간이 흘렀다. 엔진 오일이 증가했다. 정상. 엔진 오일이 감소했다. 정상. 엔진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난다. 원래 그렇다. 그러니까 정상. 결함으로 현대차 정비 사업소를 방문한 구매자가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벽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벽은 마침내 위로가 오갔던 소비자끼리의 연대를 갈랐다. 위로는 사라졌다.

11일 “아반떼 MD에 탑재된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의 내구성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본지 보도 아래에는 “왜 샀느냐”는 댓글이 쌓였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질타가 결함을 겪고 있는 차주에게 날아들 예정이다. 내구성 결함이 드러난 GDI 엔진은 2010년 아반떼 MD 장착 이후 곧장 기아차 포르테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이겨본 자는 이기는 법을 안다. 현대차는 또 이길 셈이다. 또다시 덮을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 내구성 결함에 대해 “문제가 될 만큼의 엔진 오일 감소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놓친 게 있다. ‘덮음’으로 얻은 승리의 결과가 반드시 달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지독한 판매부진을 겪었다. 45.21%에 달했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1.46%로 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승용차 판매량은 48만4581대로 전년 53만8294대에 견줘 10% 넘게 감소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33.39%였던 내수 시장 점유율은 33.68%로 떨어졌다.

승리한 현대차가 받은 가혹한 부상(副賞)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대차는 승리는 고사하고 싸울 상대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흉기차 왜 사냐, 호갱아.” 격려나 위로조차 얻지 못한 패자가 다시 현대차를 사 결함을 놓고 승부에 나설 리 없다. 그것은 경제적 무뇌아 혹은 윤리적 백치의 선택이다.

GDI 엔진 내구성 결함으로 엔진 오일 소모 현상을 겪은 배모(35)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현대차 샀으면 다 잘못한 거잖아요.” 이 반어에는 체념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념해야 할 필요는 없다. 아니다. 소비자가 패자여서는 안 된다. 배 씨는 올해 새 차를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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