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EVX 서울 내 보조금 373만원, EV5는 620만원
실구매가 격차 62만원에 불과, 성능·사양 경쟁력 약화
KGM “가성비 전략 고수, 상품성도 꾸준히 개선할 것”

국산 중형 전기 SUV인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왼쪽)와 기아 EV5. / 사진=각 사
국산 중형 전기 SUV인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왼쪽)와 기아 EV5.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신규 전기차 EV5에 높은 구매 보조금을 확보함에 따라, KG모빌리티(KGM) 동급 모델인 토레스 EVX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공산이 존재한다. 기아는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첨단·고급 사양을 더욱 다양하게 제시하며 판매 확대를 노린다. KGM은 EV5 출시에 앞서 내수 판매가 부진했던 토레스 EVX의 수요를 확대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30일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EV5 롱레인지 2륜구동(2WD) 모델의 국고 보조금은 562만원으로 책정됐다.

차량 성능, 제작사 저공해차 보급목표 달성 실적 등을 고려해 책정 가능한 국고 보조금 58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V5 롱레인지 2WD는 1회 충전주행거리 460㎞(상온 복합 기준), 전력효율(전비) 5.0㎞/㎾h의 양호한 성능을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았다.

30일 현재 환경관리공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EV5 롱레인지 2WD의 국고 보조금이 562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 사진=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캡처
30일 현재 환경관리공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EV5 롱레인지 2WD의 국고 보조금이 562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 사진=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캡처

EV5는 구매 보조금에 차상위 계층, 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더하면 3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시민은 EV5 롱레인지 2WD의 시작가 4855만원(에어 트림, 세제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적용)에 국고 562만원, 지자체 57만6000원 등 약 6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4235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차상위 계층이거나 청년이면 국고보조금의 20%(112만4000원)을 추가 지원 받고, 두 자녀를 둔 가구엔 200만원(이후 자녀 1명당 100만원 추가) 할인이 부가 적용된다. 차상위 계층인 2자녀 가구는 3980만6000원에 EV5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기아는 전기차 제품군 내 EV5의 위상을 고려해 가격 최적화를 시도한 한편 고객 선호도 높은 사양을 기본 트림부터 선택지로 제공해 소비자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 트림(에어)을 구매하는 고객도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드라이브 와이즈), 썬루프, 내장형 블랙박스(빌트인캠2 플러스) 등 사양을 선택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일부 내연기관 모델에선 기본 트림 구매 시 선택이 제한되는 사양들이다. 기아는 전기차 구매 부담이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여전히 큰 점을 고려해 선택 편의를 지원하는 전략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 토레스 EVX-EV5 가격차, 보조금 적용 시 253만→62만원으로 축소

KGM은 EV5 출격을 계기로 기회와 위기 요인에 동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EV5에 주목하는 가운데, 동급 모델로 비교되는 토레스 EVX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EV5, 토레스 EV5 비교’가 자동완성 검색어로 뜨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두 차량의 제원을 비교하거나 추천을 요청하는 글이 게재돼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EV5에 비해 토레스 EVX의 축거가 짧지만 긴 전장을 갖고 있어 차박 등 야외활동을 즐기에 유리하단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토레스 EVX의 장점 중 하나인 가성비가 EV5의 가격 경쟁력에 일부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레스 EVX 시작가는 4602만원(E5 트림 기준)으로, EV5보다 253만원이나 저렴하다. 하지만 토레스 EVX 실구매가는 낮은 보조금으로 인해 EV5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토레스 EVX의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어 확보한 실내공간에 각종 짐이 실려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어 확보한 실내공간에 각종 짐이 실려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국고 보조금은 2WD(18인치 휠) 모델 기준 373만원이다. 서울 시민은 지자체 보조금 36만원을 추가로 받아, 토레스 EVX E5 트림을 419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시민 중 차상위 계층이고 2자녀를 둔 고객은 3918만4000원에 구입 가능한 셈이다. EV5와 가격차가 62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토레스 EVX의 보조금 액수가 EV5보다 낮은 것은 성능 측면에서 뒤처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 EVX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33㎞로 EV5보다 27㎞ 짧다. 토레스 EVX는 중형 전기차로서 성능별 보조금 액수를 좌우하는 주행거리 기준인 440㎞보다 낮은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또한 NCM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보조금 산출 시 반영된 에너지 밀도 계수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토레스 EVX 국내 판매 추이. / 자료= KG모빌리티,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
토레스 EVX 국내 판매 추이. / 자료= KG모빌리티,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

◇ 토레스 EVX엔 4륜구동·HUD 등 선호사양 없어 “상품성 지속 개선”

토레스 EVX의 기본 사양 구성이 EV5보다 열위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EV5는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가속 제한 보조, 스티어링 휠 진동 경고,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9에어백(토레스 EVX 8 에어백), 공기청정 시스템, 프론트 트렁크(프렁크) 등 토레스 EVX에 없는 기본 사양을 갖췄다. 토레스 EVX도 EV5에 없는 기본 사양으로 1열 통풍 시트, 전자동 트렁크 도어(스마트 파워 테일 게이트)를 탑재했지만 양적으로 밀린다. 이뿐 아니라 주행거리가 더 짧고 전비도 낮다.

토레스 EVX는 선택 사양 측면에서도 EV5보다 선택폭이 좁은 것으로 분석된다. KGM은 현재 토레스 EVX 모든 트림에 4륜구동방식(듀얼모터)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실내 전력외부공급(V2L) 등 사양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패밀리카 고객들이 선호하는 고급, 첨단 사양이 EV5보다 부족한 점은 경쟁 열위 요소로 꼽힌다.

토레스 EVX의 측후면부.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측후면부.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는 작년 8월 타 브랜드의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국제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신차 출시 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판매 부진에 처했다. 지난 1~8월 토레스 EVX 국내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5047대) 대비 69.6%나 감소한 1532대로 집계됐다. KGM은 토레스 EVX의 가성비를 앞세워 고객의 신차 구입 장벽을 낮추는 한편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상품성을 꾸준히 개선해나간단 전략이다.

KGM 관계자는 “현재 가성비와 안전성을 추구하고 차량이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토레스 EVX 고객층이 형성됐다고 본다”며 “향후 고객 니즈를 고려해 토레스 EVX의 사양 구성을 검토하고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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