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실내 공간에 편안한 승차감 강점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으로 운전 피로 최소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차급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중형 SUV는 넉넉한 실내공간과 안정적인 승차감 등을 바탕으로 패밀리카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보다 SUV 점유율이 앞서게 된 점도 패밀리카로 SUV가 인기를 끄는데 한몫했다.
전기차도 SUV가 많이 팔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세컨드 카’ 이미지가 강해 패밀리카용 보다는 주행의 즐거움과 첨단 기술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표 모델인 테슬라 모델Y의 경우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지만, 멀미 문제 등으로 패밀리카용 보다는 자율주행과 신기술 등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아는 전기 패밀리카 SUV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EV5를 국내 출시했다. 앞서 출시한 EV3와 EV4는 내부 공간이 넉넉하지 않고, EV6는 가격대가 높아 3~4인 가족에게 적합한 차량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기아 EV5를 직접 시승했다.
EV5 디자인은 기아 EV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전면부는 최근 기아 패밀리룩인 스타맵 시그니처 램프를 바탕으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채택했다. 입체적인 LED 주간주행등과 매끄럽게 마무리된 범퍼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측면부는 간결한 캐릭터 라인과 굵직한 휠 아치가 조화를 이루며 단단한 SUV 이미지를 연출한다.
후면부는 수직형 리어램프와 간결한 리어게이트로 EV9과 닮은 패밀리 룩을 완성했다.
실내는 전기 패밀리카를 표방하는 차답게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EV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2750㎜ 긴 휠베이스를 확보했다.
2열은 충분한 레그룸을 갖추고 있어 성인 남성이 앉아도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 여유 공간이 있으며,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어 동승자들 편의성을 높였다.
2열 공간은 물론 트렁크 적재 공간도 여유롭다. 특히 2열 시트를 접으면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져 차박이나 캠핑에도 제격이다.
인테리어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와 공조 패널을 연결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디지털 감성을 강조한다.
중앙 콘솔 부분은 무선 충전패드와 컵홀더를 배치해 수납활용도를 높였고, 열선·통풍 시트, 다수의 USB-C 포트 등이 마련돼 가족 단위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됐다.
주행 성능은 최신 전기차 답게 저속·고속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힘을 보여준다.
주행감은 중형 SUV치곤 다소 묵직하게 느껴졌다.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바탕으로 코너링을 돌 때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준다. EV5는 160kW급 전륜구동 모터와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갖췄으며,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295Nm의 힘을 발휘한다.
패밀리카용으로 중요한 승차감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했고,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아 패밀리 SUV다운 안정감을 준다. 정숙성 역시 뛰어나 피로도가 덜했다.
회생제동을 켜도 크게 멀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1단계도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슷한 수준의 승차감을 보여주며, 2단계로 올려도 전기차 중에선 멀미가 심하지 않게 느꼈다.
각종 첨단 주행 보조 기능도 운전 중 피로감을 덜어주고, 다소 산만해 질 수 있는 패밀리카 운전자에게 적합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간격을 부드럽게 조절하며,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지켜준다. 또한 정차 중 앞차가 출발하면 바로 알려줘서 잠깐 주위가 분산되더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등 안전 편의 기능을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
배터리는 81kWh급이 탑재돼 1회 충전 시 460km 주행이 가능하다.
이날 약 2시간 20분, 87km를 시승한 후 나온 전비는 6.8km/kWh다. 배터리 용량을 감안하면 주행거리가 550km에 달하는 셈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후방 유리창이 생각보다 작아 시야가 넓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시승은 혼자 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뒷자리 카시트에 아이가 타고 있거나 큰 짐을 싣고 있다면 후방 시야를 확인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나오는 신차의 경우 디지털 룸미러를 탑재해 짐이나 뒷좌석 탑승여부에 상관 없이 선명하게 후방 시야를 볼 수 있는데 EV5에는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