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최고 653%, 트리니티항공 등은 ‘자본잠식’
유상증자·무상감자로 지표 개선 시도, 일부 효과
재무 악화에 안전투자 위축 우려···당국도 개선 압박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최근 악화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재무 구조 악화로 인해 운항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운항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최근 항공 서비스 수요 확대로 인해 안전운항에 대한 시장 니즈가 더욱 커진 가운데 재무 기반을 다지는데 힘쓰는 중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근 국적 LCC 부채비율을 분석한 결과 500% 안팎 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항공사들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제주항공 652.6%, 진에어 364.8%,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 -3712.1%, 에어부산 445.4%다. 상장하지 않은 항공사들이 공시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이스타항공 -1437%, 에어서울 –299.3%, 에어로케이항공 –265%로 파악됐다.
장거리 노선을 가성비 운항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는 비상장사 에어프레미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2988.6%로 분석됐다. 부채비율이 음수인 항공사는 모두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초과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 에어서울, 설립 후 처음 자본잠식 해소 ‘기대’
재무 건전성 악화에 처한 LCC들은 증자, 감자 등 금융 수단을 동원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으로 무상감자를 단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무상감자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주주에게 별도 보상하지 않고 자본금을 줄이는 행위를 뜻한다. 기업이 자본금을 구성 중인 주식의 액면가를 낮추면 자본금 액수가 감소하는데, 이때 감소분이 이익(감자차익)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감자차익은 실제 발생한 이익처럼 재무제표상 자본총계를 높인다. 자본총계가 높아질수록 부채비율도 개선된다.
에어부산은 지난 5월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주식 전환 가능한 사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해당 사채는 에어부산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 운영, 채무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에어서울도 같은 날 모회사 아시아나항공 출자를 통해 1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보통주 액면가를 8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무상감자도 병행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유상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다. 조달한 자금은 자본금에 반영돼 부채율을 낮춘다.
에어서울은 유상증자, 무상감자를 잇달아 실시해 자본금을 1975억원에서 247억원으로 줄였고, 감자차익 1728억원을 확보했다. 감자차익을 작년말 기준 재무제표에 단순 반영하면 자본총계가 -1398억원에서 330억원으로 개선된다. 2015년 설립 이후 유지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한 셈이다.
이스타항공도 지난 6월 6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배주주(100%)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는 작년까지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 확보한 자본잉여금의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자본 총계를 높인 덕분에 타사 대비 부채비율을 크게 개선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작년 10월 1000억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차례씩 추진했다가 경영권 이슈 때문에 철회했고 현재까지 재시도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 재무구조 악화가 정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LCC들이 최근 금융 수단을 통한 재무 지표 개선에 분투하는 이유는 영업 성과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3년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이후 항공 산업 정상화에 발맞춰 인력, 기단을 확충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수익이 감소했고 투자 회수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상반기 제주항공은 적자(-744억원)를 기록했고 진에어(190억원), 에어부산(290억원), 에어서울(121억원)은 이익을 냈지만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항공사의 재무 건전성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통해 인력, 기단을 확충하는데 필요할 뿐 아니라 운항 안전성에 관련되는 지표로서 중시된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서비스, 정비 역량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제30조(재무구조 개선명령)에 따르면 국토부장관은 자본총계가 자본금의 2분의 1(50%) 이하 수준으로 잠식된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거나 자기자본(자본금)이 0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항공사, 공항에 재무구조 개선을 명령할 수 있다.
최신 사례로,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로케이는 지난 6월 국토부 특별점검을 받았다. 앞서 2023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았지만 올해까지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어로케이 자본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805억원으로 자본금 485억원을 완전 잠식한 상태다. 에어로케이 자본잠식은 2018년 이후 7년째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 운항과 관련된 정비 분야를 하도급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정비직을 정규직 채용하는 것에 비해 정비 작업 품질, 책임 의식 등 측면에서 취약해질 수 있고 이는 안전운항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매년 항공사, 공항의 항공안전투자 실적을 종합 발표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항공업계 안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5.7% 증가한 6조176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안전투자 확대 기조가 내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 “FSC? HSC?”···'저비용 항공' 이름표 떼려는 LCC
- 제주항공, 무안 사태 딛고 2년후 ‘기업가치 2.5배’ 가능할까
- 대한항공, 6년 만 항공우주사업 빛 보나···새먹거리 확대
- 티웨이항공, ‘트리니티항공’ 새 옷으로···“항공+숙박+여행”
- 운임 30%를 현금 대신···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 방안 고심
- 티웨이항공 ‘노선 연계운항’ 확대···셈법은?
- 이스타항공 성장가도, 몸값도 오를까
- 항공사 필요 정비인력 기준 강화 입법예고···“고용 확대 유도”
- 늘어나는 해외여행에 채용 늘리는 항공사
- 티웨이항공, 항공기 대수 LCC 공동 1위···‘공격 투자’ 언제 빛 볼까
- 에어프레미아, 여객 年 100만명 최초 달성하나
- 애경그룹, 4700억원 실탄···갈 길 먼 제주항공 숨통 트이나
- 하늘길 넓히는 서준혁 대명소노 회장, 항공업 경영평가 ‘카운트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