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필요 인력 산출시 가중치 붙는 경력 기준 높여
항공사, 정비사 경력 짧을수록 더 많은 인원 확보해야
국토부 “외국엔 없는 규정, LCC 안전 강화 유도 취지”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가 지난 25일 입법예고한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기준 고시 개정안’에 기재한 적정 정비 인력 산출 검토 결과 표. 이번 개정안엔 적정 정비 인력을 산출하는데 필요한 항공사별 ‘소요 인력’을 산출할 때, 정비사 경력 범위별 부여되는 가중치가 상승했다. 항공사들이 경력 짧은 정비사를 기존보다 더 많이 고용해야 적정 정비 인력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가 지난 25일 입법예고한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기준 고시 개정안’에 기재한 적정 정비 인력 산출 검토 결과 표. 이번 개정안엔 적정 정비 인력을 산출하는데 필요한 항공사별 ‘소요 인력’을 산출할 때, 정비사 경력 범위별 부여되는 가중치가 상승했다. 항공사들이 경력 짧은 정비사를 기존보다 더 많이 고용해야 적정 정비 인력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운항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항공기 정비 인력의 확대를 유도하는 개정 법안 입법을 예고했다. 이 일환으로, 필요 정비 인력을 산출하는 공식에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는 정비사 경력 기준을 기존 ‘2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높이는 규제를 개정안에 추가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항공사들이 더 많은 경력을 보유하거나 많은 인원의 정비사를 충원하도록 유도한단 방침이다.

29일 현재 국토부는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기준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항공기를 신규 도입하려는 국내 항공사가 확보해야 하는 정비 인력(필요 인력)을 산출하기 위한 공식을 이번 개정안에 새롭게 담았다.

현재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국토부 장관에게 등록하기 전 국토부에 정비인력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필요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항공기 등록이 제한된다. 항공사는 항공기 등록일(예정일 포함)을 기준으로 전달 말부터 이전 12개월 기간 실시한 정비의 소요 시간(맨아워, MH)을 집계한다.

국토부가 고시 개정안에 기재한 기종별 중간(TR) 점검, 비행전·후(PR/PO) 점검시 최소 소요 시간(MH). 작년 5월 제정된 고시에 담긴 내용과 비교해 기종별 최소 정비 소요 MH가 연장됐다. / 자료=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
국토부가 고시 개정안에 기재한 기종별 중간(TR) 점검, 비행전·후(PR/PO) 점검시 최소 소요 시간(MH). 작년 5월 제정된 고시에 담긴 내용과 비교해 기종별 최소 정비 소요 MH가 연장됐다. / 자료=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

이어 정비 소요 시간 값을 항공안전법에 명시된 정비사 1인 연평균 가용시간 1944MH로 나눠 ‘소요 인력’을 산출한다. 소요 인력 값은 항공사별 정비 역량을 파악하고 항공기 보유 대수에 걸맞은 ‘필요 인력’을 산출하는 데 쓰인다.

항공사들은 소요 인력 값에 항공사별 항공기 보유 대수를 곱한 다음, ‘소요 인력 규모에 적정한 항공기 대수’로 나눠 필요 인력을 도출한다. 소요 인력 규모에 적정한 항공기 대수는 항공기 기종별로 국토부가 차등적으로 적용한 최소 소요 MH를 산입해 도출할 수 있다. 항공사가 실제 고용한 정비 인력 수에서 필요 인력 수를 뺀 값이 0이거나 양수면 ‘적정 정비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결론 난다.

진에어가 작년 10월 신입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입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진에어가 작년 10월 신입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입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 1년 미만 경력자 13명 돼야 3년 이상 경력자 10명과 동일시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항공사가 소요 인력 산출 시 정비사 경력이 짧을수록 더 많은 인원을 확보하도록 가중치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 명시된 경력 범위별 가중치는 경력 1년 미만(정비사 자격 미보유자 포함) 0.3배, 1년 이상 2년 미만 0.2배로 기존 대비 0.1배씩 강화했다. 2년 이상 3년 미만인 정비사엔 가중치 0.1배가 새롭게 도입됐다. 현행 법상 경력별 가중치가 1년 미만 0.2배, 1년 이상 2년 미만 0.1배인데 비해 0.1배씩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라 예를 들어 A 항공사가 경력별로 1년 미만, 1년 이상 2년 미만, 2년 이상 3년 미만인 정비사를 각각 10명씩 고용하고 있으면 소요 인력은 각각 13명, 12명, 11명으로 산출된다.

3년 이상 경력의 정비사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1년 미만 13명, 1년 이상 2년 미만 12명, 2년 이상 3년 미만 11명이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또한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1명 몫을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숙련된’ 정비사의 최소 경력을 ‘3년 이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공사들은 개정안 시행 후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해야 적정 정비 인력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비 불안을 해소한단 방침이다. 코로나19 창궐 후 숙련된 정비사들이 산업을 이탈해 인력 규모가 줄었고, 작년 12월 제주항공 사고 이후 정비사 숙련도 강화에 대한 시장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 9곳 등 11개사다. 입법예고는 내달 15일까지 진행된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규제심사, 법제심사,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개정안을 시행할 수 있다.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 국토부 “산업 경쟁력 영향력 고려해 기준 조정”

국토부는 개정안 시행 후 항공사들의 정비사 고용을 촉진하고 숙련된 인재풀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은 정비 인력의 양적, 질적 역량을 강화해야 해 더욱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선 정비사 숙련도의 판단 기준인 경력 범위를 현행 대비 1년 늘린 것이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간(TR) 점검, 비행전·후(PR/PO) 점검 등 ‘계획 정비’ 업무 외 수시로 발생하는 정비 업무에 투입된 경험엔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력만으로 숙련도를 평가하긴 어렵단 지적이다.

국적 LCC의 정비사 고용 추이. 이스타항공은 2023년 3월 항공운송사업을 재개하고 이에 발맞춰 인력 확충을 이어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적 LCC의 정비사 고용 추이. 이스타항공은 2023년 3월 항공운송사업을 재개하고 이에 발맞춰 인력을 확충해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토부는 최근 항공 정비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항공사들의 인력 수급 현황과 정비사 숙련도 등에 관한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경력 기준을 마련했단 입장이다. 개정안 시행 후 경과를 살펴보고 중장기 계획 수립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항공 정비인력 산출 기준은) 국제기준이 없고 한국에서 LCC 정비 인력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라며 “규정 자체가 자칫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낮출 수 있는 등 영향력을 지닌 점을 고려해 세부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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