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 “합병 조건 지키지 않을 경우 취소도 검토”
공정위, 조건부 결합 승인하며 운임상승 제한 및 공급좌석 축소 불가
좌석 간격, 무료 기내식 등 서비스 품질도 2019년보다 불리 금지
대한항공, 3-4-3 좌석 중단하고 3-3-3 유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새로운 공정거래위원장 등장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가 최근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조건을 위반할 시 결합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추후 합병 과정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마일리지 통합안 허가만 남은 상황이나, 주병기 후보가 공정위원장이 될 경우 여러 측면에서 감시가 강화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양사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는데,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결합 승인은 취소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공정위는 (조건 위반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행정행위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이행 강제금만 내면 된다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조건을 지키지 않는 행정행위는 취소한다”며 “공정위 권위나 국가 공신력이 있는데, 조건을 지키지 않는 행정행위에 대한 취소·철회·재심사 제도를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 후보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당초 공정위가 제시했던 기업결합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병을 취소 및 철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2년 양사 합병을 승인하며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독점 우려가 있는 26개 국제 노선 및 8개 국내 노선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보유한 국내 공항 슬롯을 반납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26개 국제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도 다른 회사가 원하면 운수권을 반납해야 한다.
아울러 평균 운임을 2019년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릴 것을 금지했으며, 공급 좌석도 2019년 수준의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마일리지 통합안도 2019년 당시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좌석 간격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합병후 서비스 질 유지를 위해 좌석간격, 무료 기내식, 무료 수하물, 기내 엔터테인먼트, 라운지 이용 등 부문 관련 2019년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주 후보는 대한항공이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며 이코노미석을 줄인 것과 관련해 소비자 후생 감소가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한항공은 곧바로 B777-300ER 항공기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해당 기종 좌석 구조를 기존 ‘3-3-3’ 형태에서 ‘3-4-3’으로 바꾸려고 했으나 주 후보 발언에 따라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마일리지 통합안 통과도 쉽지 않을 듯
이번 대한항공 조치는 공정위의 마일리지 통합안 승인을 앞두고, 공정위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안을 반려하며 수정 및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한 것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고 마일리지 통합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이 심사를 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 판단했다”고 퇴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양사 마일리지 가치가 차이가 있다보니 업계에선 통합안 수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도 새 공정위 등장 소식에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며, 2027년 초 최종 통합 전까지 남은 기간이 여유가 있는 만큼 다각도로 논의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공정위 조치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빠르게 바뀐 항공업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사 통합이 논의된 지 약 5년이 지난 가운데 이 시기에 코로나19와 엔데믹을 거치면서 항공업계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수년 전 기준이 현재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시각각 바뀌는 여행 트렌드에 따라 피해를 입는 항공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괌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공정위 조건을 지키기 위해 운항을 줄이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이 됐고, 이에 경쟁사인 제주항공은 괌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여행객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항공권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하락해 수익성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 괌 노선 이용객은 43만여명으로 2019년(87만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합병 후 소비자 실익 보장은 중요한 사항이나, 합병 과정이 수년 동안 지속되면서 상황이 바뀐 노선이 많은 만큼 현실적인 수정안도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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