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약 세노바메이트, 2월 허가 신청···국산신약 가능성
동아ST, 애엽 삭제로 200억 손실 위기···임상적 유용성 관건
삭제 확정 시 유예기간, 비급여 판매 검토···위기 대처법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하반기를 맞아 동아에스티는 ‘세노바메이트’ 허가를 받아 매출 증가를 이어가는 호재가 예상된다. 반면 천연물의약품 ‘스티렌정’은 급여삭제가 예고돼 매출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올 2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잠정 1774억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12.5%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과 공동판매하는 ‘타나민’이 성장했고 ‘자큐보정’ 등 신규 품목이 추가되며 19.5% 증가한 전문의약품이 호조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경영호재도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 국내 판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가 2월 20일 신청한 품목허가가 10월 이후 확정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로선 세노바메이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개발신약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어 이후 급여나 약가 작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3월 7일 세노바메이트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검사(GIFT)’ 품목으로 지정한 식약처도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GIFT는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을 신속하게 심사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일반심사에 소요되는 120일에 비해 30일 적은 90일 내 심사 완료를 목표로 한다. 여기에 한국뇌전증협회와 대한뇌전증학회 등 관련 협회와 학회도 세노바메이트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된다. SK바이오팜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1541억원이다. 전년대비 46.5%, 전분기 대비 15.6% 성장한 수치다. 이같은 글로벌 시장 실적은 한국 매출에도 일부 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최근 동아에스티 경영에 악재가 발생, 향후 진행 상황이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달 8일 개최한 2025년 제8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동아에스티 스티렌정이 포함된 ‘애엽추출물’ 성분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의결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심평원으로부터 급여재평가를 받은 8개 성분 해당 제약사는 결과 통보 후 30일 이내 이의신청서를 심평원에 제출 가능하다. 제출된 내용은 약평위 재심의를 거치게 된다. 일단 동아에스티는 이의 신청 절차를 통해 기존 자료에 이어 추가 자료를 제출, 스티렌정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 현장 실정과 치료 환경을 반영한 합리적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스티렌정 급여재평가 핵심은 남은 기간 급여삭제 결과를 어떻게 변경시키느냐로 요약된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급여삭제 품목은 사실상 퇴출되고 급여가 제한되는 품목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동안 급여재평가 후 약평위에서 급여삭제로 귀결됐던 품목 중 상당수는 약가인하를 통해 삭제 위기에서 탈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는 제약사가 스스로 선택했고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권유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급여재평가로 수백억원대 품목이 퇴출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고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경우 적용됐다. 해당 성분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비용효과 부분을 약가인하로 해결한다는 논리로 분석된다. 반면 이번 급여재평가에서 애엽추출물은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기 때문에 약가인하를 선택할 수도 없다. 이에 남은 3-4개월 간 애엽추출물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급여삭제 결론이 변경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심평원이 선호하는 임상적 유용성 입증 자료는 통상 교과서 및 임상진료지침 중 최근 5년 이내 발간된 자료가 원칙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HIRA 근거문헌활용지침 등에 따른 목록이나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등이다. 또 정부 관련 또는 비영리 기관 수행 평가 보고서도 참고 대상이다. 이같은 자료를 단기간 찾기 힘든 상황인데 특히 천연물의약품인 애엽추출물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자료는 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급여삭제 사례로 주목되는 품목은 종근당 ‘이모튼캡슐’이다. 역시 급여재평가를 받아 2011년 8월 약평위에서 급여삭제로 결정됐지만 이후 이의 신청과 재검토를 거쳐 조건부급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조건은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 받기 위해 1년 이내 교과서 등재에 관한 자료 제출이었고 결국 급여는 유지됐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소식통은 “종근당이 당시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지만 급여가 유지됐으니 성공한 셈”이라며 “천연물의약품인 애엽추출물 성분은 이모튼캡슐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애엽추출물의 급여삭제 결론 변경이 어렵다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오는 11월이나 12월 심평원 약평위에서 급여삭제가 확정되면 해당 월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바로 시행된다. 매달 초순 열리는 약평위에서 확정되면 시행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약 이같은 사태가 진행돼 애엽추출물 성분이 퇴출되면 대체 약제는 ‘레바미피드’ 제제 등 소수로 파악돼 환자들 불편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최소 2-3년 유예기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동아에스티 입장에선 만약 애엽추출물 성분이 급여삭제돼도 비급여 판매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7000억원대 규모 제약사가 200억원대 품목 유지가 달린 현실에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애엽추출물 성분 동아에스티 품목은 스티렌정과 ‘스티렌투엑스’ 2개다. 두 품목 매출은 연간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비스트’의 지난해 원외처방금액에 따르면 스티렌투엑스는 146억원, 스티렌은 78억원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소식통은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이뮬도사’ 등 동아쏘시오그룹 매출품목군이 확대됐지만 스티렌정은 동아에스티에게 상징성도 있는 품목”이라며 “해외 사용 경험이 없는 천연물의약품 특성이 이번 급여재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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