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약 1위 이모튼···약사들 불만 누적, 급여재평가 거론  
이모튼, 삭제 등 급여재평가와 악연···재시행 시 전망 불투명  
종근당 “해외 원료 수입 늘릴 터”···이모튼 매출 500억 돌파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종근당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캡슐’ 품절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대한약사회도 이모튼을 포함한 품절약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와 개국가에 따르면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불안정한 의약품이 늘고 있다. 품절이라고 못 박기 애매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재고가 부족한 품목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쉽게 설명하면 제약사가 아예 생산을 중단한 경우와 별도로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으로 약국이나 의약품 유통업체에 제품이 입고되는 즉시 유통돼 일반 환자들이 구하기 힘든 상태도 넓은 의미의 품절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품절약 중 거론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는 종근당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캡슐이 꼽힌다. 이같은 분석은 단순히 업계나 개국가 의견을 취합한 것이 아니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최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정책 제안에 포함된 올 2월 기준 다빈도 품절약 현황에서 이모튼캡슐이 1위를 점유했다. 의약품 온라인몰 바로팜의 3월 품절신청현황에서도 1위 품목은 이모튼캡슐이다.

약국 영업하는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약사들이 품절약 대표로 꼽는 품목이 이모튼캡슐”이라며 “구체적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수년간 재고가 부족했던 품목인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양천구 소재 약국장 B씨는 “제 약국은 규모가 작지만 동료 약사들 불만이 제기되는  품목이 이모튼캡슐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권영희 회장 등 약사회 집행부는 최근 복지부 청사를 찾아 주요 정책을 제안했다. 제안에는 의약품 수급 불안 해결 요청이 포함됐다. 약사회 관계자 C씨는 “품절 대책은 복지부는 물론 여야정당 대선주자 캠프에도 전달했다”며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기본적으로 환자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 정당이 조속하게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약사회 집행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방문이었다. 최근 강중구 심평원장을 만난 집행부는 심각한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을 설명하고 이모튼캡슐 등 품절 의약품에 대한 급여재평가를 요청했다. 재평가 필요성에 대한 심평원 차원의 적극 검토를 당부한 것이다. 재평가 시행 여부는 복지부에 권한이 있지만 유관기관에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이다. 해당 제약사는 재평가를 받게 되면 급여삭제나 급여 축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평가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급여재평가는 전 제약사 전 품목에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모튼캡슐에는 특히 중요하다”며 “만약 이모튼이 다시 재평가를 받게 되면 그 결과는 누구도 전망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2021년 이모튼캡슐이 속한 ‘아보카도-소야’ 성분은 급여재평가에서 급여삭제가 결정됐다. 하지만 종근당은 재평가를 신청, 향후 1년 이내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에서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조건으로 급여를 유지시켰다. 결국 다음 해 대한류마티스학회 개정 교과서에 이모튼캡슐 임상적 유용성 기술을 근거로 급여 유지는 확정됐다. 반면 공교롭게 2021년 당시 이모튼캡슐과 동일 시점에 급여삭제가 결정된 ‘빌베리건조엑스’ 성분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5월 1일자 삭제가 확정됐다.

이에 국제약품 ‘타겐에프’는 비급여 품목이 됐다. 급여재평가로 종근당과 국제약품이 대조적 결과를 받은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단순히 약사회장이 심평원장에게 요청한 수준이 아닌 그동안 여러차례 이슈가 됐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던 사안”이라며 “약사회장이 당선인 시절 종근당에 요청했던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입점 철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환자와 직접 연결된 이모튼캡슐 건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종근당이 2021년 이모튼캡슐 급여재평가에 올인했던 것은 그만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1년 461억원 매출을 기록했던 이모튼캡슐 매출비중은 3.43%였다. 2022년 479억원(3.2%), 2023년 483억원(2.9%)에 이어 2024년 500억원을 돌파해 515억원(3.2%)를 달성한 상황이다. 

종근당은 이모튼캡슐 품절과 관련,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 제조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종근당 관계자 F씨는 “품절보다는 공급부족이란 표현이 맞다”고 전제하고 “수입하는 원료로 이모튼캡슐을 생산하다 보니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경향이 있으며 향후 원료 공급사와 협의해 더 많은 원료를 신속하게 수입, 더 많은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누적됐던 종근당 이모튼캡슐 품절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종근당도 원료 수입 등 사정이 있지만 모든 정책의 기본은 환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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