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의견 접수 후 정책 미발표···복지부 통상 기능 강화 주장 
수급 불안정 의약품 해결 시급···성분명처방, 신중 접근 요구
약가 등 제약산업 육성책 눈길···“복지부, 일하는 체제 갖춰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정책 등 제약업계 현안을 해결할지 주목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책과 약가제도 개선안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3일 시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4일 오전 취임식을 가진 후 공식 업무를 개시했다. 이에 제약업계 최대 현안인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을 새 정부가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우선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 중인 모든 국가에 4일까지 ‘최상의 제안’을 제시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구체적으로 한미 협상은 현재 10%인 상호관세가 25%로 복원되는 7월 8일까지 ‘7월 패키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전 정부에서는 국장급 2차 실무협의까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상호관세와 별도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수 차례 밝혀왔던 의약품 관세 정책이 국내 제약업계에 현안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현재는 한미FTA 여파로 인해 한국에서 생산한 의약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 관세가 거의 부과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와 복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현재까지 의약품 관세 정책을 확정, 발표하지 않은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가 4월 16일 시작한 제약 수입품 조사가 5월 초순 의견 접수를 마무리하며 종료됐지만 결과 분석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은 국내외 이해관계자들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해외로부터 의약품 수입이 자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관세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

다른 품목과는 다르게 신중하며 원칙적인 접근방법으로 의약품 관세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미국 정부 의도가 파악되는 부분이다. 상무부 접수 과정에서 미국 내 제약업계 다수가 의약품 관세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단체인 미국제약협회와 바이오기술혁신기구도 관세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다수의 반대 입장에 미국 정부가 장고하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이에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이 25% 선에서 결정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하고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신속하게 임명, 인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경제안보 관계부처 장관과 경제4단체장이 참여하는 가칭 ‘경제안보 점검회의’가 신설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도 포함시켜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초 미국 정부가 5월 내로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재까지는 없다”며 “새 정부는 산업부에만 맡기지 말고 의약품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 의약품 전문성을 갖춘 복지부 통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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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수급 불안정 의약품 해결책은 환자들에게 시급한 사안이다.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의약품 원료 수급 단계서부터 완제의약품 생산, 약국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대한 정부 개입을 강화하려는 구상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다빈도 품절약 목록을 수립하고 국내 자급이 어려운 원료를 생산하는 제약사에게 인센티브 제공이 거론되고 있다. 국산 원료로 완제약을 생산하는 제약사에도 혜택을 검토한다는 것이 민주당 방침으로 파악된다.

단,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약을 대상으로 성분명 처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정책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성분명 처방은 글자 그대로 현 제품명 처방을 의약품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의사들과 약사들이 부딪히는 정책이어서 수급 불안정 사태를 해결하려다 자칫 의약분쟁이 심화될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약가제도를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중 ‘신약 R&D 투자율 연동형 약가보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약 R&D에 기여도가 높은 제약사가 생산한 의약품 약가를 높게 산정하겠다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단, 이같은 약가 우대 정책은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통상 문제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국내개발신약 약가 우대 정책도 다국적 제약사 문제 제기로 수정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관세 대응 등 현안은 많은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복지부가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는 절차 진행을 최소화하고 서둘러 일하는 체제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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