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보령과 판매, 상반기 처방액 918억···영업익도 416억 98.4%↑, 낮은 수수료 원인
220억원 처방 안플레이드는 ‘급여적정성 없음’···업계 1위로 타 제약사와 협의, 내달 이의신청 
업계 “마지노선은 약가인하, 이노엔이 나서야”···90개 제약사 해당, 급여유지 대책에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HK이노엔이 올 초부터 보령과 공동판매한 ‘케이캡’ 처방금액이 늘며 수익성도 호전됐다. 반면 연간 200억원대인 ‘안플레이드’ 급여삭제 가능성이 거론돼 대응 과정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이 개발, 공급하는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올 상반기 918억원 원외처방금액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1억원 처방액에 비해 24% 성장한 수치다. 올해 월별 처방실적을 보면 1월 153억원, 2월 147억원, 3월 151억원, 4월 158억원, 5월 159억원, 6월 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처방액을 보면 2019년 304억원, 2020년 771억원, 2021년 1107억원, 2022년 1321억원, 2023년 1582억원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K이노엔은 케이캡 처방 성장과 관련, 케이캡정50mg을 시작으로 케이캡구강붕해정50mg, 케이캡정25mg, 최근 케이캡구강붕해정25mg 출시를 완료하는 등 다양한 제형과 용량, 적응증이 인정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는 올해부터 보령과 공동판매를 진행한 것이 케이캡 처방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HK이노엔과 보령이 케이캡 공동판매를 6개월간 진행한 실적이 24% 증가로 나온 것은 두 제약사가 시장에서 부지런히 영업한 방증”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케이캡 처방 증가가 HK이노엔 영업이익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실제 HK이노엔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16억원으로 전년대비 98.4% 증가했다. 이노엔도 계약구조 변경에 따른 케이캡 매출 및 이익 증가가 회사 영업이익 증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HK이노엔은 지난해 하반기 케이캡을 공동판매할 제약사 조건으로 종근당에 비해 적은 수수료를 대외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보령과 케이캡 판매가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케이캡 처방 호조에도 불구하고 HK이노엔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적정성 없음’으로 평가 받은 안플레이드 대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약평위는 안플레이드가 포함된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성분에 대한 급여재평가 결과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고 비용효과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에 HK이노엔은 8월 10일까지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급여재평가 결과는 급여삭제와 급여제한, 급여유지가 있다.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성분 약제는 적응증이 하나이기 때문에 급여삭제나 급여유지만 가능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안플레이드는 지난해 220억원대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품목이다. 이에 이번 재평가 대책을 대웅제약 등과 협의하는 HK이노엔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안플레이드는 HK이노엔 의약품 중 케이캡과 수액제, ‘로바젯’, ‘에포카인’에 이어 5위권 품목으로 추산돼 중요도가 높다.

HK이노엔은 ‘이토프리드염산염’과 ‘포르모테롤푸마르산염수화물’ 성분 약제처럼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고 평가 받은 사례가 아니고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아 비용효과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므로 효과성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임상적 유용성이 없으면 급여유지가 힘들지만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성분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고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면 급여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정부 입장이 강경하고 현실적으로 효과성 입증이 어렵다면 약가를 인하하는 마지막 방법이 있으며 1위 업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복지부나 심평원은 해당 업체에 보안 각서를 요청하며 약가인하를 제안하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한국 건강보험 시장에서 급여삭제는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다”며 “정부가 급여삭제나 약가인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제약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 성분에는 90개 제약사 130개 품목이 포함돼있어 이들 제약사가 단일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결국 HK이노엔은 보령과 공동판매로 처방액이 증가하는 케이캡과 급여삭제 위기에 몰린 안플레이드 두 품목 모두에 공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사르포그렐레이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노엔이 타 제약사들과 협의를 거쳐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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