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고지혈증약 로수젯, 작년 11월 1628억원···근거 중심 마케팅으로 매출 증대 추진
유한양행 렉라자, 약가 낮추며 1차약 전환···“재정추계 881억원 등 감안, 1000억원 이상” 전망
HK이노엔 케이캡, 작년 처방액 1582억원 달성···보령과 공동판매 개시로 매출 증대 폭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약이 올해 어떤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이미 1000억원을 넘은 품목도 파악돼 올해 어떤 전략으로 매출을 늘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흐름이 적지 않지만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매출은 별개 문제인 경우가 있었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개발했지만 의외로 매출이 낮았던 국산신약 사례가 과거 발생했던 것이다. 신약 개발과 처방 현장에서 의사나 환자들로부터 인정 받아 매출을 올리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약은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체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또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출시한 복합신약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2개 성분으로 구성된 고지혈증 치료제다. 로수젯은 고지혈증약 시장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 출시된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라는 점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저밀도 저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가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로수젯은 2019년 833억원에 이어 2020년 1049억원 매출을 올려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2021년에는 1232억원, 2022년은 140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는 11월 누적 기준 1628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고지혈증 치료에 주로 처방된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에 비해 중강도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투여가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022년 7월 의학저널 ‘란셋’에 등재된 점을 로수젯 영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도 로수젯은 란셋 등재 내용 등을 토대로 근거 중심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유한양행 렉라자는 지난 2021년 1월 국내 개발 31호 신약으로 허가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당초 1, 2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 투여 후 특정 유전자(T790M) 내성이 생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던 렉라자는 이달 1일자로 1차 치료제로 전환됐다.
렉라자 80㎎ 약가는 1정 당 6만 8964원에서 1차 치료제 전환에 따라 6만 3370원으로 인하됐다. 렉라자는 1일 1회 240㎎(80㎎ 3정)이 권장 용량이다. 이처럼 약가는 인하됐지만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해당 질환에 대해 의사가 우선적으로 처방하는 약제가 1차 치료제이고 이 처방이 효과가 없을 경우 2차 치료제를 처방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는 2022년 기준 11만 5997명 규모다. 이중 80% 가량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현 시점에서 렉라자 올해 매출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지만 경쟁품목인 타그리소 약가와 보건복지부가 렉라자에 책정한 예상 건강보험 재정추계가 881억원인 점, 유한양행 영업력 등을 감안하면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는 2021년 41억원에 이어 2022년 161억원 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분기 누적 163억원을 달성한 상황이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제30호 국산신약 케이캡은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지난 2022년 1321억원 처방액에 이어 2023년 1582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 초 HK이노엔은 보령과 새로운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공동판매를 개시한 상황이어서 매출 증대 폭이 주목 받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 말부터 HK이노엔과 보령이 회의를 갖고 케이캡 공동영업과 공동판매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회사가 적응하면 시너지효과가 발생, 연간 처방액이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HK이노엔은 기존 종근당과 동일하게 케이캡 유통은 보령에만 독점 제공하고 영업을 분담하는 방식”이라며 “올해 변화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올해 처음으로 1차 치료제로 전환된 렉라자를 제외한 로수젯과 케이캡은 올해 2000억원은 쉽지 않지만 이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예고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