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조 8000억원 추산···폐암약 렉라자 매출은 300억원대 분석
유한양행 1분기 허가 신청, 이후 약가협상···최종 급여 확정 시 렉라자 연매출 1000억원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유한양행이 지난해 1조 8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올해 매출이 2조원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특히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전환되면 2조원 돌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향후 허가와 약가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몇몇 중견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가 지난해 잠정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기준 상위권 제약사들은 이달 중순 이후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제약사 중 통상 실적 발표 시기가 일렀던 한미약품은 오는 8일 공시를 목표로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통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유한양행도 이달 중순 이후 잠정 실적을 공개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조 8000억원 전후로 추산된다는 증권가와 업계 분석이다. 2021년 1조 6878억원에 비교해 7% 안팎 성장률로 추정되는 것이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3253억원이다. 전년대비 성장률은 4.9%다. 올해 유한양행은 2조원에 근접한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기 위해선 10% 이상 성장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난해 실적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에 유한양행의 2조 클럽 가입 여부를 놓고 업계가 주목하는 사안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 매출이다. 렉라자는 지난해 1월 국내 개발 31호 신약으로 허가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1, 2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억제제 투여 후 T790M 내성이 생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투여 대상이다.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된 렉라자는 2022년 한 햇 동안 300억원 전후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렉라자 매출과 관련, 케이프투자증권은 300~400억원, 신한금융투자는 346억원을 전망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신약으로서 렉라자 가치는 높은데 2차 치료제란 점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치료제란 동일 질환에 다른 치료제로 처방을 한 다음 환자에 효과가 없을 경우 처방이 가능한 의약품을 지칭한다. 현실적으로 매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유한양행은 1분기 내로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전환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할 방침이다. 향후 렉라자 전환 가능 여부에 대해 유한양행이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발표된 임상 3상 결과가 근거로 분석된다. 당시 발표된 3상 결과, 일차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이 ‘레이저티닙’ 투여군 20.6개월, 기존 1차 치료제 ‘게피티니브’ 투여군에서 9.7개월로 나타났다. 이차 평가변수인 반응지속 기간도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19.4개월,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8.3개월로 차이를 보였다.
반면 이차 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률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군 76%, 게피티니브 투여군 7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전체 생존 기간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 사망에 대한 위험비는 0.74로 나타났다. 18개월 시점에서 레이저티닙 투여군 생존 비율은 80%,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72%였다. 종합하면 유효성 기준에 있어 레이저티닙은 게피티니브에 비해 우월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전성 기준으로 보면 게피티니브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전환 여부는 확실하게 단언하기 힘들다”며 “허가와 급여로 구분하는 것이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허가 가능성은 다소 높고 급여는 여러 변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1차 치료제에 비교적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허가권은 식약처가 갖고 있어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전망하기 어렵고 이후에는 더 어려운 급여작업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만약 유한양행이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를 받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쟁 품목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도 급여를 받지 못했는데 렉라자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며 “유한양행 실무진은 구체적 작업에 착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렉라자 약가는 향후 글로벌 진출과 매출 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허가 만큼 유한양행이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이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와 급여를 취득할 경우 당장 올해 매출에 긍정적 여파를 줄 전망이다. 국내 폐암 1차 치료제 시장규모가 3000억원대로 추산되는데 렉라자 매출은 1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와 급여 작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유한 계획대로 허가와 급여를 취득하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2조 클럽에 가입하며 렉라자가 지속적 매출을 창출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렉라자가 허가에 이어 급여까지 받으면 경쟁품목 타그리소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유한양행 진짜 실력은 렉라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