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엽추출물 성분, 재평가 핵심···이르면 내달 결과 발표 전망
SK ‘조인스정’ 500억대 규모···동아ST 2성분 3품목 평가 받아
일각선 “약가 인하 바람직”···재평가 결과와 업체 대응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8개 의약품 성분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급여재평가가 이르면 다음 달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특히 SK케미칼과 동아에스티 애엽추출물 품목은 700억원대로 추산돼 재평가 결과에 따라 두 제약사 매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재 2025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급여삭제 품목은 사실상 퇴출되고 급여가 제한되는 품목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올해의 경우 급여재평가 성분에 대한 제약사 자료 제출이 3월 마무리돼 심평원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검토가 마무리되면 전문가 자문회의 및 약제사후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7월이나 8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지난해 7월 약평위 개최와 올해 진행 상황을 감안, 다음 달 결과 도출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해당 제약사들도 관련 정보 습득에 주력하며 평가 결과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올해 급여재평가 대상 성분은 ‘올로파타딘염산염’과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 ‘베포타스틴’, ‘구형 흡착탄’, ‘애엽추출물’, ‘엘-오르니틴-엘-아스파르트산’, ‘설글리코타이드’, ‘케노데속시콜산-우르소데속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등 8개다. 이중 업계가 주목하는 성분으로는 애엽추출물이 손꼽힌다. 연간 심평원 청구금액 규모가 1200억원대로 추산되고 SK케미칼과 동아에스티, HK이노엔 등 대형과 중견제약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선 SK케미칼 애엽추출물 성분 ‘조인스정’은 2022년 540억원에 이어 2023년 506억원, 2024년 50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3572억원을 달성한 SK케미칼 제약사업부의 최고 매출 품목이다. SK는 재평가 기준에 따른 자료 제출을 3월 완료했으며 7월이나 8월 약평위 상정 및 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아에스티도 애엽추출물 ‘스티렌정’과 ‘스티렌투엑스’, 베포타스틴 성분 ‘투리온’ 등 2개 성분 3개 품목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을 보면 스티렌정과 스티렌투엑스를 합친 금액이 2022년 204억원, 2023년 198억원, 2024년 171억원으로 파악된다. 투리온 품목의 경우 2022년 91억원, 2023년 97억원, 2024년 89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애엽추출물 성분 200억원대와 베포타스틴 성분 100억원대 등 300억원대 품목이 재평가 영향권 내 있는 셈이다. 동아에스티는 심평원 재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 자료를 3월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해당 제약사들은 간략한 입장을 밝혔지만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애엽추출물 성분 생산 업체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성분 특성과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쑥을 기반으로 만드는 애엽추출물 성분 천연물 의약품은 국내 1300억원 규모 처방 시장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천연물 의약품 지원정책을 시행했던 정부가 2010년대 들어 지원정책을 완화하면서 이같은 기조가 올해 급여재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에 벌써부터 이번 애엽추출물 성분에 대한 급여재평가 결과가 제약사들에게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 사회적 요구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건강보험 적용이 유지되는데 재평가 약제에는 오랜 기간 환자들에게 사용되며 약효와 복약 편의성을 갖췄고 진료 현장에 필요한 치료제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약) 급여 유지 필요성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약가 인하 진행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건강보험 재정 절감 취지와 달리 급여삭제 시 더 비싼 치료제로 대체돼 오히려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급여재평가에서 삭제나 제한 결과가 도출되면 해당 제약사가 약제 가격을 자진 인하하는 방식을 선택, 건강보험 적용을 유지하는 방식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재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일각이지만 약가 인하가 거론되는 상황은 그만큼 재평가 진행상황이 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애엽추출물 재평가가 빈번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르면 다음 달 공식 발표되는 재평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SK케미칼과 동아에스티를 포함한 애엽추출물 생산 업체들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재정에 관심이 많아 대통령실에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보재정과 국민 건강, 제약사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책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