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소위, 급여삭제→유지···제약사 약가인하 수용 조건
동아ST, 인하 수용할 듯···스티렌정 가격 100원 이하 전망
스티렌 매출도 하락 예상···업계 “재평가 혼란 정부가 해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동아에스티의 올 하반기 최대 현안으로 분류됐던 급여재평가에서 ‘스티렌정’과 ‘스티렌투엑스정’이 급여삭제 대신 약가인하로 결정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당초 급여삭제가 예고됐던 상황에 비교하면 동아에스티가 위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개최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제사후평가소위원회는 그동안 해당 제약사들이 제기한 올해 급여재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내용을 검토했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재평가 결과 급여가 삭제된 품목은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중 논란이 됐던 ‘애엽추출물’ 제제의 경우 올 8월 약평위가 결론 내렸던 급여삭제 대신 약가인하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급여재평가 결과는 전체적으로 근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애엽추출물 제제에 대한 재평가 결과는 당초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이었다. 올 8월 7일 약평위 종료 후 심평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대상 성분을 ‘급여적정성 있음’과 ‘없음’으로 구분했다. 이어 ‘급여적정성 없음’을 다시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과 ‘임상적 유용성 불분명하고 비용효과적이지 않음’으로 분리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급여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고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경우 해당 성분 약제 가격을 인하하는 선에서 급여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심평원은 올 8월 약평위가 애엽추출물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약평위 약제사후평가소위는 3개월 전과 다른 결론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업계가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애엽추출물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8월 약평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내용의 논문을 심평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당초 ‘근거 없음’으로 발표됐던 애엽추출물 제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삭제가 약가인하를 조건으로 한 급여유지로 전환된 것은 업계에 도움이 된 사례”라면서 “하지만 연간 1300억원대로 추산되는 애엽추출물 시장이 심평원 위원회 결정에 흔들린 이번 재평가를 차분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의 매년 진행되는 이같은 업계 혼란을 어떤 식으로든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약평위 소위에서 애엽추출물 제제 급여삭제가 급여유지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정은 아니다. 심평원이 제시한 약가인하율을 해당 제약사들이 수용해야 그 결과가 오는 12월 4일로 예정된 약평위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약평위에서 급여유지와 약가인하가 확정되면 복지부에 보고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심평원의 약가인하율 수용 여부 질문에 대해 동아에스티는 확인을 유보했다.

업계에 알려진 애엽추출물 제제 약가인하율은 10%대다. 현재 스티렌정 가격은 111원이다. 스티렌투엑스정 약가는 205원이다. 약가인하가 최종 확정되면 스티렌정은 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앞서 스티렌정 가격은 2016년 162원에서 112원으로 30.9% 하락했다. 2011년 정부가 스티렌정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 ‘위염 예방’ 유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법정공방 끝에 인하로 귀결된 것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리베이트 등 약사법 위반으로 112원 가격이 현재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15년 12월 출시된 스티렌투엑스정은 268원에서 출발했지만 205원으로 하향조정된 상황에서 역시 약가인하가 확정될 경우 200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엽추출물 성분 스티렌정과 스티렌투엑스정을 합친 매출은 200억원대 규모인데 인하가 확정되면 일정 부분 하락이 예상된다. 2022년 204억원, 2023년 198억원, 2024년 171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12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다소 하락하는 추세지만 꾸준하게 동아에스티 매출의 2%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급여재평가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재평가에 따른 업계 혼란을 정부가 최소화할 능력이 있는 지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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