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종이 상품권 형태에서 변경, 대한항공과 형식 통일
지급 조건·규모는 비공개 “고객 편익 위해 합리적으로 제공 중”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아시아나항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지연 배상 수단으로 여객에게 제공해온 고객우대보너스증서(TCV·트레블크레디트바우처)를 최근 전자 쿠폰 형태로 바꿨다. 고객 편익을 증진했다는 평이지만 세부적인 배상 기준과 규모는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지연 발생 이후 고객들은 알 수 없는 '깜깜이' 사측의 조치만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TCV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자쿠폰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4월부터 공식 제공하고 있다.

TCV는 일정 시간 이상 이륙 지연된 항공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쿠폰이다. 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항공권(공항이용료 및 세금, 유류할증료 제외)을 발권하거나 아시아나항공 인터넷면세점에서 상품 구매시 지불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여객들은 전자쿠폰 발행 전까지 공항 내 아시아나항공 카운터, 비즈니스 라운지 등 현장에 방문해야만 지류 TCV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류 TCV를 없애고 전자쿠폰을 도입해 고객 편익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기업 통합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서비스 형태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자 쿠폰형 TCV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항공 스케줄 지연 시 배상 수단으로 ‘전자우대할인권’을 여객에게 제공해왔다. 대한항공 전자우대할인권은 항공권(공항이용로, 세금 제외) 구매, 운임 차액 지불, 유료 부가서비스 구매, 로고숍(e-스카이샵) 상품 구매시 사용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항공기 장시간 지연 발생시 대응 계획. 2시간 이상 지연시 적절한 식음료를 제공한단 내용이 기재됐다. / 사진=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나항공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항공기 장시간 지연 발생시 대응 계획. 2시간 이상 지연시 적절한 식음료를 제공한단 내용이 기재됐다. / 사진=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웹·앱에 쿠폰 설명없어 “영업 기밀”···대한항공도 마찬가지

다만 소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TCV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현재 아시아나항공 공식 웹, 앱엔 TCV의 전자 쿠폰 형태 도입 사실을 안내하는 내용이 게재되지 않았다. 기존 지류 형태로 제공될 때도 TCV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사시 TCV를 지급받는 고객에게 별도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도 전자우대할인권을 지급한 고객에게 사용처, 사용 방법 등을 별도 메시지로 안내하고 약관이나 공지사항을 통해 알리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현행법상 지연 배상책의 조건, 액수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명시할 의무가 항공사에 없기 때문이다. 상법 제907조(연착에 대한 책임)에 따르면 항공사(운송인)는 연착된 국제선 여객편 이용객 1명당 4694SDR을 한도로 책임(배상)을 져야 한다. SDR(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인공적 통화단위로 IMF 가입국 간 국제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1SDR은 지난 3일 기준 1달러40센트로 약 1884원이다. 다만 운송인이 책임져야 하는 연착 시간을 비롯한 조건별 배상 기준이나 이를 열람 가능하도록 공개할 의무는 현행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양사는 대신 운송약관에 항공 스케줄 지연시 여객 배상 한도를 안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운송약관에 ‘여객의 지연에 대한 대한항공의 책임은 여하한 경우에도 협약에 명시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기재했다. 해당 조항 속 ‘협약’은 몬트리올 협약으로, 이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 지연 시 승객에게 최고 6303SDR(약 1187만원)까지 책임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연착으로 인한 책임을 여객 1명당 1000SDR(DIR 188만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지연으로 인한 수하물 관련 손해에 대한 책임도 명시했다.

대한항공의 전자우대할인권 사용 안내문. 대한항공이 지연된 항공편을 이용한 여객에게 공유한 링크로 접속해야 해당 화면으로 이동 가능하다. / 사진=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캡처
대한항공의 전자우대할인권 사용 안내문. 대한항공이 지연된 항공편을 이용한 여객에게 공유한 링크로 접속해야 해당 화면으로 이동 가능하다. / 사진=독자 제공

양사는 지연 배상 수단으로 각각 제공하는 증서 또는 할인권의 지급 기준, 규모 등을 명시한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각 사 영업기밀로 다뤄지고 있어 대중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방콕발 인천행 항공편을 3시간 30분 가량 지연 운행한 후, 여객에게 4만원 상당의 전자우대할인권을 지급했다. 당초 오후 11시 30분 운항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기계 결함으로 인한 점검을 사유로 이튿날 오전 3시경 출발했다.

양사는 쿠폰 형태의 지연 배상책 지급 기준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입 모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고객들이 TCV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자쿠폰 시스템 오픈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며 “내부적으로 (TCV 지급 관련)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지연된 상황과 고객 불편 수준을 고려해 필요한 배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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