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무마우 델타항공 부사장, 대한항공 우호 관계 입장 밝혀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14.9% 보유하며 호반건설과 경영권 분쟁 ‘키’ 역할
조 회장 측과 연대시 지분 35% 넘어···호반과 격차 17%p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델타항공이 최근 경영 분쟁 의혹이 일고 있는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델타항공은 오랜 기간 대한항공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경영권 분쟁에서 대한항공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2일 제프 무마우 델타항공 아시아 태평양 부사장은 인천~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 신설 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여러 경영진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며 “최근에 호반이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알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최근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경영권 경쟁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델타항공의 발언은 조원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20.75%를 확보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을 동원해 지분율을 18.46%까지 높였다.
이에 양측 지분격차가 2.29%p 수준으로 좁혀지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우군을 고수할 경우 경영권 찬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조 회장 지분은 35.65%에 달한다.
호반건설이 이를 넘어서려면 17.19%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호반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호반건설과의 경영권 분쟁 소식에 한진칼 주가가 이전보다 크게 올라, 호반건설이 추가 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동원하기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델타항공은 과거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대한항공과 끈끈한 사이를 유지했다. 지난 2000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을 중심으로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설립하면서 양 측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델타항공 경쟁사 중 하나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을 주축으로 1997년 ‘스타얼라이언스’가 출범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스카이팀을 결성해 맞서며 양 사는 20년 넘게 혈맹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 때도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발빠르게 매입하며 가장 먼저 백기사를 자청한 바 있다. 당시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며 KCGI는 결국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다.
업계에선 추후 대한항공과 호반건설이 본격적인 지분 경쟁에 나서더라도,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KCGI 지분 다툼 초기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고, 이어 10%까지 지분을 확대한다고 곧바로 공언하며 강력한 우군을 자처했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자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14.9%까지 늘렸으며,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후에도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백기사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 인천~솔트레이크 시티 취항 통해 조인트벤처 강화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조인트 벤처를 강화하며 한~미 노선 영향력을 높일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태평양 노선에서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이번 인천~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을 운항하며 양사는 총 14개 미국 주요 거점과 서울을 연결하게 됐다.
제프 부사장은 “솔트레이크시티는 델타항공이 보유한 미국내 8번째 허브 공항이자 핵심 허브공항이다”며 “인천과 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을 통해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고객은 물론 이를 허브로 삼아 다른 아시아 지역 환승 수요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은 델타항공 미국 주요 허브 공항 중 하나로, 해당 공항 내 델타항공 운항편 수는 타 항공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인천~솔트레이크시티 노선은 미국에서 점심때 출발해 인천에 이른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동남아 등 환승 수요도 챙길 수 있는 시간대다. 또한 인천 출발은 한국 시간으로 저녁대에 출발해 미국에 이른 오후 도착해 미국에서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 웨스트젯 지분 공동 인수로 북미 영향력 높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협력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까지 확대하며 북미 지역에서 입지를 높일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캐나다 2위 웨스트젯 항공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델타항공도 지분 15%를 인수한다.
대한항공이 웨스트젯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캐나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캐나다는 세계 두번째의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다. 또한 2024년 330억불 규모(세계 7위)의 항공시장이다. 2019년 이후 두 자리 수 성장을 거듭하며 인도 시장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웨스트젯 지분 인수를 통해 캐나다 항공시장 내 협력을 강화하고 북아메리카 및 중남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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