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지분 확보하며 조원태 회장 측과 2%p 차이로 줄여
산업은행, 한진칼 지분 10% 보유···정권 교체 시 호남 기반 호반건설에 긍정적 전망
14%대 지분 갖고 있는 델타항공도 변수···조 회장 일가와 20년 넘게 우호적 관계 유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호반건설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진칼은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했으나, 이후 호반건설은 KCGI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등으로 분주한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나, 양사 합병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권 분쟁 씨앗을 심어둔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경영권 향방의 ‘키’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칼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산업은행이 손을 들어주는 곳에 따라 새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20.75%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진칼은 지난 달 15일 0.7%에 해당하는 자사주 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호반건설은 최근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을 동원해 지분율을 18.46%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현재 양측 지분 격차는 2.29%p다.

현재 산업은행의 경우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은행에 대해 조원태 회장 우군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추후 정권이 바뀔 경우 판도를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오는 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이 바뀌게 될 경우 차기 산업은행 회장도 이에 맞춰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호남 기반의 호반건설이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산은은 한진칼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나, 차기 정권 정책 방향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본격화되는 주요 시점에서 항공산업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수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델타항공 포함 시 조 회장 지분 35% 넘어

산업은행과 더불어 델타항공도 경영권 분쟁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조 회장 측의 우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조 회장 지분은 35.65%에 달한다. 호반건설 측이 이를 넘어서려면 17.19%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호반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비슷한 수준이다.

델타항공은 과거 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대한항공과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특히 지난 2000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을 중심으로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하면서, 양 측 유대는 더 끈끈해졌다.

당시 글로벌 항공업계는 1997년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타이항공을 주축으로 한 ‘스타얼라이언스’가 설립되며, 이들을 중심으로 항공업계 동맹이 강화됐다. 이에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스카이팀으로 맞서며 20년 넘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KCGI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며 백기사를 자청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 우호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은이 입장을 바꾸게 될 경우 델타항공도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KCGI 인수전의 경우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 구조조정 등 항공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가 있었지만, 호반건설은 항공업에 대한 의욕이 있는 만큼 델타항공 입장에선 회장 일가보다는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우선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 입장에서 추후 대한항공 경쟁력이 악화되거나, 호반건설과의 전략적 제휴가 더 이득이라 판단된다면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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