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최종 관문만 남아···美 승인에 화물 매각
재무 체력 높이고 신규 기재 도입 준비···새 노선 운항 확대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가까워진 가운데 통합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승인하면서 연내 통합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양사 통합까지 미국 법무부(DOJ) 결정과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만 남은 가운데, 통합 이후를 위해 재무건전성 개선, 신규 기재 도입 및 신규 노선 취항 등 미래 대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한항공(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2.1%로 지난 2019년(813.9%)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통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현재 아시아나 부채가 상당한 수준인 가운데 합병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재무 체력을 길러온 것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와 기내식 사업 매각 등을 통해 5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코로나19 기간 화물사업 호황과 엔데믹 이후 해외 여행 확대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순이익을 축적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대한항공 재무여력을 고평가하며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대한항공이 A-를 기록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7년 10개월 만이다.
자금력 확보 뿐 아니라, 신규 항공기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사 중대형 항공기인 ‘A350’ 33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A350-1000 27대, A350-900 6대이며, 투자금은 137억달러(한화 약 18조4700억원)다.
A350-1000은 A350 계열기 중 가장 큰 항공기이며 최대 1만6000㎞까지 운항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입 이유에 대해 “중장기 기재 운영 계획에 따른 부족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나 통합에 대비한 기재 선점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합병에 따른 기존 노선 이전에 대비해 신규 노선 발굴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여러 국가들은 독점 우려 노선에 대한 운수권 및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EU는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영국은 히스로 공항 7개 슬롯을, 중국은 장자제, 시안, 베이징, 칭다오 등 9개 노선을 반납하라고 했다. 일본도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등 슬롯 일부를 양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신규 알짜 노선 취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대한항공은 캐나다 토론토 노선을 기존 주 6회에서 7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밴쿠버 노선은 오는 5월 20일부터 주 7회에서 주 9회로 증편하며, 7월부터는 주 10회로 늘린다.
캐나다는 오로라, 휴양지, 로키산맥, 나이아가라폭포 등 관광 명소는 물론 해외 연수 등으로 꾸준히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75만여명의 여행 실적을 기록하며 괌(80만여명)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캐나다 외에도 5월부터 대만 타이중 노선에 정기성 전세기를 주 3회 운항하는 등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타이중은 대만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북부의 타이페이, 남부의 카오슝과 더불어 3대 도시로 꼽힌다. 최근 국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행지로 등장하며 대만의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통합에 따른 새 유니폼 디자인, 기업 이미지(CI) 등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통합 후 약 2년간은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다 추후 하나의 통합 항공사로 합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과 CI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통상 항공사 유니폼은 10년 단위로 바뀌는데, 현재 대한항공 유니폼은 지난 2005년도에 바뀐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어, 이미 18년이 지난 상황이다.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 “기업결합 이후 적용할 통합 CI와 유니폼 디자인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합병과 관련해 총 13개국에게 기업결합을 승인 받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은 곳은 미국 뿐이다. 미국의 경우 다른 국가처럼 경쟁당국에게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DOJ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DOJ가 양사 합병에 대해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심사가 종료되며 사실상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주 노선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델타항공이 운항하고 있으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도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에 취항한다. 또 한-미 노선 중 상당수가 한국인의 미국 여행이 많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양사 합병에 따른 미국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관문인 아시아나 화물 매각도 국내 LCC들이 입찰에 나서면서 순조롭게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진행된 아시아나 화물 매각 예비입찰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화물사업 실사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시작하는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매각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