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기준 최소 PBR 0.8배로 설정해 지주사 등 주가 억누르기 방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통과시 배당성향 35% 이상 기업들 주목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재명 정부에서 상속세법 개정 및 배당 분리과세 추진 여부는 다소 불확실한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이하인 종목은 상속세를 높이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견도 존재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공약은 세수 감소 우려에 최종 공약에서도 제외됐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상법개정을 시작으로 다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주사를 비롯해 최대주주가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종목들의 경우 상속세법 개정 이슈가 불거지면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상속세 PBR 0.8배 하한 & 배당 분리과세 추진될까
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은 최대주주가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당시 기업의 PBR이 0.8배 미만이면 상속세 산정 기준을 PBR의 0.8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 주식은 상속·증여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 매일 종가를 평균해 산정한다. 현행대로라면 주가가 PBR 0.8배 미만이더라도 주가를 기준으로 상속 및 증여세가 정해진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기준이 되는 시가가 없기에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대2로 가중평균해 나온 평가액을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순자산의 80%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이소영 의원의 개정안은 상속·증여시 상장주식 산정가액 기준을 비상장주식처럼 PBR의 0.8배로 하한선으로 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국내 증시에서 최대 주주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회사의 주가를 억누르는 행위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유로 20% 할증이 붙기에 상장 주식 상속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최대 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회사 주가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횡행했고 저PBR 종목들이 쏟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법개정 요구가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이소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으며 “회사가 주가를 누르고 있기 때문에 PBR이 낮으면 불이익을 주고 PBR이 높으면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제도를 고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더불어 이소영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통과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완전히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행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합산되고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 등)과 합산해 구간에 따라 누진세율(6.6~49.5%)이 적용된다.
이는 외국과는 상당히 다른 세금 체계다. 외국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주식투자를 통해 받는 배당은 투자 소득으로 보고 분리과세를 하고 원금이 보장된 예금 등의 이자수입은 금융소득으로 분류해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과세 체계는 최대 절반에 가까운 배당금을 세금으로 내기에 지배주주가 배당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꾸준히 요구해왔고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실무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청이 나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최종 공약집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분리과세 수혜자가 대주주 등 일부에 제한되고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반면,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에 관한 실증적 자료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최종 법개정 여부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 상속세법 개정 및 배당 분리과세 수혜주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를 앞둔 종목들 가운데 PBR 0.8배 이하인 종목들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특히 지주사의 경우 대표적 저PBR 종목으로 상당수가 PBR 0.8배 이하다. 지주사들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물려받으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에 주가가 과도하게 억눌려 있다는 시선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종목들 가운데 PBR이 가장 낮은 종목은 KC그린홀딩스로 PBR이 0.11배에 불과하다. 순자산 대비 주가가 9분의 1 수준으로 기업을 청산하면 주가 대비 약 9배의 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저PBR 2위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로 PBR이 0.12배에 그친다. 이외 동국홀딩스(0.16배), 성창기업지주(0.18배) 세아홀딩스(0.18배), 한화생명(0.2배) 등도 PBR이 0.2배 이하였다.
대기업 집단의 지주사 혹은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맡는 회사들은 대부분 PBR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모비스(0.49배), SK(0.4배), LG(0.42배), 롯데지주(0.36배), GS(0.3배), DL(0.27배), E1(0.27배), AK홀딩스(0.3배), 농심홀딩스(0.3배), LF(0.31배), 코오롱(0.3배), OCI홀딩스(0.36배), LX홀딩스(0.37배), 현대지에프홀딩스(0.37배) 등 많은 지주사나 지주사격 회사들은 PBR이 0.5배를 하회했다.
향후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도 통과되면 배당성향이 35%를 상회하는 기업의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은 약320여개개(유가증권시장 170개, 코스닥 153개)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13조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기업 배당금의 26%에 해당한다.
올해 배당성향 35% 이상을 목표로 설정한 기업은 16개고 주주환원율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총 48개다.
구체적으로 올해 35% 이상의 배당성향 전망되는 기업은 현대엘리베이터, 한국쉘석유, 케이카, 대신증권, 삼성증권, SGC 에너지, NH투자증권, 삼성카드, 제일기획, 이노션, 세아베스틸지주, SK텔레콤, 삼성생명, TKG 휴켐스, 유안타증권, 삼성화재, HL 홀딩스, 한일시멘트, KT&G, KT, 삼양홀딩스, LG, 미스토홀딩스, 신세계인터내셔날, SK 디스커버리, 에스원, 코웨이, 드림텍, HS 효성첨단소재, 애경산업, POSCO 홀딩스, NICE, NICE 평가정보, 포스코인터내셔널, 동서, 한전산업, LG 씨엔에스, 고려아연 등이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은 배당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