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지난 2일 “취임 2~3주 안에 상법 개정안 처리” 언급
증권가, 주주 권익 보호 맞춰 더 강력한 개정안 나올 것으로 전망
주주 이해상충에 할인된 지주사, 증시 재평가 기대에 증권주 수혜 지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상법 개정 이슈가 국내 증시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이전부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방향의 상법 개정을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던 까닭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은 앞서 무산됐던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주주 보호 방안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수혜주 찾기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지배구조 개편 리스크에 저평가됐던 종목이나 주주환원 정책이 기대되는 기업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 취임 초 상법 개정 예고한 이재명 대통령···더 강력한 개정안 나올까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 의지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힘입은 것으로, 그는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한겨레TV’에 출연해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며 조속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상법 개정을 추진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최대주주의 이익만 우선시하고 일반 주주이익을 외면하는 경영 행태에 있다고 보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당시 개정안은 한덕수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완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법 개정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나아가 더 강한 상법 개정안도 예고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해당 유튜브에서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남용하고, 주식 물적 분할·재상장 등을 통해 알맹이를 쏙쏙 빼먹는다. 이런 나라가 없다. 상법 개정을 통해 막을 수 있다”며 “국회에서 이미 한 번 (통과) 했으니까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뿐만 아니라 ▲일정 비율 이상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이 담긴 바 있다.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모두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하고 일반 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 수혜주 찾기 분주···증권가 지주사·증권 등 수혜 지목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상법 개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혜주 찾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의 주요 목적인 일반 주주 권익 강화가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탓에 리스크가 있었던 기업, 자기주식을 상당량 매입한 후 장기간 보유한 기업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인 수혜업종으로는 우선 지주사가 거론된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지주사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 상충 이슈로 할인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경영권 승계 등 기업가치 향상이 아닌 사적 이익에 무게를 둔 지배구조나 소유구조 개편 결정이 많았던 탓이다. 상법이 개정될 경우 이 같은 리스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으로 일반 주주 보호가 강화되고 이는 주가 재평가로 직결할 수 있다며 지주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다만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며 그 조건으로 자회사의 실적 개선과 총수의 지분율, 주주환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이 같은 조건에 따라 LS를 최선호주로, CJ를 차선호주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 20개를 꼽았다. 지주사와 관련해선 대표적으로 콜마홀딩스, 영원무역홀딩스, 두산, HD현대 등이 포함됐다. 콜마홀딩스는 경영권 분쟁 봉합 시 가치 상승 기대감, 영원무역홀딩스는 옥상옥 구조 해소, 두산은 높은 자사주 비중, HD현대는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 등이 선정 근거라고 밝혔다.

이 밖에 iM증권은 SK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상법개정안 혹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개선이 할인율 축소로 이어지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SK와 같은 지주회사 수혜가 예상된다”며 “주주환원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 요구도 커지면서 SK 자사주 24.8%의 일정 부분에 대한 소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주사뿐만 아니라 증권주도 상법 개정의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증권주를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을 높이게 되고, 이는 증권업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이 같은 기대감이 담길 수 있는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이 최선호주라고 밝혔다.

자료=KB증권 '대선 이후 투자 전략: 핵심 업종 3選', '일반주주 보호 강화, 주가 재평가 직결', 한화투자증권 '상법 개정 수혜 종목 20개', iM증권 '이번 대선 공약 실현시 동사 최대 수혜' 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KB증권 '대선 이후 투자 전략: 핵심 업종 3選', '일반주주 보호 강화, 주가 재평가 직결', 한화투자증권 '상법 개정 수혜 종목 20개', iM증권 '이번 대선 공약 실현시 동사 최대 수혜' 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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