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체들 관세 유예기간 재고 비축 영향
삼성·SK, 고성능 제품으로 메모리 생산 전환 가속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PC용 D램은 두달 연속 20%대 급등을 기록했으며, 낸드플래시는 올해 들어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에 따라 PC 세트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단기간 대량 구매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0달러로, 전달(1.65달러) 대비 27.3% 상승했다. 앞서 지난 4월 전달 대비 22.2% 상승한 데 이어, 두달 연속 큰 폭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DDR5 16Gb 2Gx8 가격도 전달 대비 4.35% 오른 4.80 달러로 책정됐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회사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범용 D램 가격 증가세를 두고 PC 완성품 업체들이 관세 유예기간에 조기 생산과 재고 비축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PC 업체용 DDR4 SODIMM 제품을 단종한 점도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주효했다.
이들 메모리 3사는 최근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캐파) 확대와 D램 선단 공정 전환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메모리는 생산량을 줄이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DDR4, LPDDR4 등 레거시(구형) 메모리 비중을 최대 한자릿수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해당 제품 생산 축소 계획을 가속화하고 HBM, DDR5, LPDDR5 생산 확대에 집중한다.
반도체업계에선 이러한 2분기 D램 선행 구매 현상이 하반기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단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론 HBM 시장 경쟁력 강화 등 서버향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겠단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국가들의 추가적인 관세정책 변화로 인한 직·간접적 수요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D램의 경우 HBM3E 개선 제품의 초기 수요 대응을 확대하고 서버향 고용량 제품 중심의 제품 믹스 운영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위치를 강화할 예정이며, 최근 시장가격 상승세가 관측되는 PC와 모바일 수요에도 수익성 관점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제품(128Gb 16Gx8 MLC) 고정가는 2.92달러로 전달(2.79달러) 대비 4.84% 올랐다. 다만 11.06% 올랐던 지난 4월 대비해선 상승폭이 줄었다.
MLC(멀티레벨셀) 낸드는 저용량 범용 낸드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낸드는 각 셀에 저장하는 데이터 비트 수에 따라 SLC(싱글레벨셀), MLC, TLC(트리플레벨셀), QLC(쿼터레벨셀) 등으로 나뉘며, QLC로 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크다.
반도체업계에선 최근 MLC 낸드의 가격 상승세를 두고 최근 메모리 제조사들의 생산 축소로 범용 제품 공급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MLC 생산을 줄이고, TLC, QLC 등 고용량 제품 생산을 늘려 고성능 제품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 이후 MLC 사업 정리 수순을 밟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담당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들어 생성형 AI의 추론 서비스 수요 및 높은 품질의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서버 내에 추가적인 메모리와 검색·지식 저장소를 위한 인프라가 필요해지고 있다”며, “고성능 TLC eSSD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고용량 QLC eSSD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61TB에서 올해 122TB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고용량 eSSD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